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돌의 지혜 Oct 29. 2021

내 국민제안이 채택되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재능 기부 봉사 사이트'가 만들어질까? 


  평일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세종시 안전행정부에서 등기가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세종시? 안전행정부? 나랑 무슨 상관이 있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며칠 전 연락했던 친한 대학 동기가 세종시 안전행정부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 친구가 혹시 내게 뭘 보낸 걸까 짐작만 하다 집에 돌아와 확인을 했다. 등기를 열어보니 이런 문구와 함께 온누리 상품권 5만 원이 동봉되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행정안전부 혁신행정 담당관실입니다.
귀하께서 2021년 상반기 행정안전부로 신청하여주신 제안이 채택되어 온누리 상품권 5만 원을 동봉하여드립니다. 앞으로도 우리 부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귀하의 가정에 행운과 건강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순간 ‘내가 행정안전부로 신청한 제안이 있다고?’ 당황스러웠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연초에 남편과 어딘가로 차를 타고 가다가 내가 이런 말을 했었다. 


  “여보, 대학생 때부터 생각하던 건데 은근 주위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꽤 있는데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방법을 잘 몰라서 그냥 미루다 보니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정부에서 봉사 사이트 하나를 공식적으로 만들어 운영했으면 좋겠어. 예를 들어 나는 내가 사는 곳 반경 1km 이내에서 국어 과외를 무료로 필요로 하는 형편이 어려운 여학생을 소개받아 교육봉사를 하고 싶어. 그런 조건을 사이트에서 필터링하면 마침 그 조건 내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던 사람이랑 매치를 해주는 거야.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할 거 같아. 그게 활성화돼서 전 국민이 1인 1 재능 기부를 하고, 누구나 나눔을 하는 동시에 나눔을 받는 사회가 되면 참 좋을 것 같아. 그런데 내가 결혼하고 미혼모나 아동학대 피해자 등을 돕고 싶어서 사이트들을 찾아봐도 정보도 중구난방이고 그 단체가 신뢰할 수 있는 곳인지도 잘 모르겠더라고. 보육원들도 아기 물품을 새것만 받는 곳, 쓰던 것도 받는 곳, 영유아 물품만 받는 곳, 청소년 것까지 받는 곳 다 다르더라. 그걸 내가 일일이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어보고 확인하니 돕는 것도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부에서 그런 정보들을 한 데 모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운영하면 신뢰할 수 있고 더 빠르고 분명하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대학생 때부터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것을 남편에게 말했다. 그러자 뭐든 실천하고 보자는 주의인 우리 남편은 곧바로 “그거 좋은 생각인데? 당장 국민신문고에 제안해봐.”라고 말했다. 항상 생각만 하고 한 번도 민원이나 제안을 넣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당황스러웠지만 어차피 차에서 할 일도 없고 갈길은 멀었기에 그럼 어디 한 번 제안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국민신문고 어플을 깔고 간단히 내 생각을 적어 올렸다. 그 제안이 연말이 되어 채택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상금(?) 5만 원과 도착한 것이다.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일반 국민이 제안한다고 해서 뭔가 실제로 실행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면 진짜 정부가 주관하는 이런 봉사 정보 및 매칭 사이트가 만들어지는 건가 기대도 되었다. 동시에 5만 원이 생겨 기분이 좋으면서도 간사한 마음이 들어 아이디어 값으로 5만 원은 좀 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신기한 마음에 세종시 행정안전부에 일하는 친구에게 받은 등기 내용을 사진 찍어 보내니 자기 부서는 아니지만 수많은 국민 제안 중에서 채택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며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친구가 그렇게 말해주니 또 어깨가 으쓱했다.


  이 일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뭐든 생각을 하면 일단 실천으로 옮겨봐야겠다고. 그리고 나의 오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게끔 격려해준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사실 늘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만 갖고 지내온 나에게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글을 쓰게 만들어준 것도 남편 덕이다. 아무튼 기왕 나의 제안이 채택된 것, 허울뿐인 사이트가 아니라 실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사이트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행정안전부 공무원님들, 힘 내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교사맘 복직 일주일간의 기록-토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