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친구 엄마는 어떻게 사귀는가
작년 봄에 오랫동안 살아오던 동네를 벗어나 낯선 동네로 이사를 왔다. 복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이사를 하게 돼서 정신이 없었다. 새로운 아이 어린이집을 구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간신히 들어간 어린이집은 집에서 꽤 거리가 있어 아이를 등하원 시키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소진됐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동네에서 소아과부터 마트까지 생활에 꼭 필요한 장소들을 물색하는 데에 주말을 다 썼다. 그렇게 어찌 하다 보니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는 여유를 갖게 된 것, 비로소 내가 사는 동네를 알아가기 시작한 것은 올해 휴직 이후의 일이었다.
작년 가을, 단지 내 어린이집이 개원하면서 다행히 아이를 입소시킬 수 있었다. 가까운 거리로 등하원을 시키며 몸과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지만 맞벌이 부부로 아이를 챙기는 건 늘 분주한 일상이었다. 매번 제일 먼저 아이를 등원시키고 제일 늦게 하원 시키다 보니 어린이집을 같이 보내는 엄마들과 마주칠 틈도 잘 생기지 않았다. 가끔 놀이터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는 아이 엄마들은 이미 편한 호칭이나 반말을 하는 꽤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았다. 워킹맘으로 저들의 사이에 내가 낄 자리는 없을 것 같았고 욕심조차 들지 않았다.
그런데 올봄부터 코로나로 인해 가정보육이 시작되면서 단지 내 어린이집을 다니던 아이들이 동네 놀이터에 모여들었다. 우리 아이도 매우 활발하고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하루 종일 집에만 있자 짜증이 늘어나서 낮에 한 번씩은 집 앞 놀이터에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 나름대로 그 때부터 아이 친구 엄마, 곧 동네 친구를 사귈 필요를 느끼기 시작했다. 일단 상황을 보니 이미 가까워진 아이 엄마들끼리 시간을 약속하고 놀이터에 나와서 애들을 같이 놀리는 것 같았는데 그러지 못한 우리 아이는 때때로 빈 놀이터에서 혼자 놀며 심심해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좋아하는 친구의 엄마 연락처를 알아 한 번씩 같이 만나서 놀이터에서 놀게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또한 엄마들의 정보도 필요했는데, 예를 들면 언제부터 어린이집 긴급보육에 아이를 보낼 것인가 따위의 정보가 필요했다. 한두 번 산부인과에 갈 때 아이를 맡겼는데 친구들이 하나도 없으니 아이가 많이 울고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했다. 다른 친구가 한두 명 등원할 즈음에 우리 아이도 보내야 무사히 적응해서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외에도 어차피 내년까지 둘째 출산으로 인해 육아휴직을 할 것이고, 가능하면 첫째 초1에도 휴직하고 아이를 돌보고 싶고, 이 단지 내 아이들이 같은 초등학교로 진학할 것을 생각하면 한 두 명의 마음 맞는 아이 친구 엄마가 내 친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런데 이 동네 친구(아이 친구 엄마) 사귀는 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일단 이제껏 인생에서 친구를 사귀는 과정은 어떤 공동체 안에서 불가피하게 마주치며 자연스럽게 안면을 트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동네 친구는 놀이터에서 뻘쭘하게 거리를 두고 서 있다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다가가 자기소개(어린이집 무슨 반 누구 엄마에요)를 하고 뜬금없이 번호를 물어봐야한다. 더 가까워지고 싶으면 먼저 톡을 보내 매우 어색하지만 우리 커피 한 잔 하자고 말해야 하고, 소개팅에 나가는 기분으로 나가 처음 본 사람과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사교적 대화를 해야하는 것이다! (다른 동네 엄마들은 이렇게 사귀지 않는데 나만 이런 건 아니겠지)
현재 상황은 세 명의 엄마와 번호를 교환하고 ‘언제 한 번 커피 같이 마셔요’ 따위의 형식적인 인사를 나눈 상태에서 그 가운데 적극적으로 연락해온 엄마 하나와 두세 번 만나 커피를 마시며 가까워졌다. 먼저 다가와준 이 소중한 동네 친구는 마치 학교 친구 사귀듯 어려움 없이 편하게 가까워졌는데 이상하게 남은 두 엄마와의 만남은 긴장이 된다. 사람 간의 케미라는 것이 역시나 적용되는 거겠지. 그래도 기왕 좋은 친구 사귀어보기로 마음먹은 거 용기 내서 두 명의 엄마와도 커피를 마셔볼까 한다. 뭔가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재밌다. 내 동갑내기 친구들은 대부분 아이가 아직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전혀 공유하지 못하는데, 선배들과 언니들의 일만 같았던 아이 친구 엄마 사귀기라는 주제의 고민을 내가 하는 게 신기하다. 나도 진짜 아이 엄마구나. 내가 이십대에 바라보던 아줌마의 고민을 하는구나. 인생은 매번 새롭구나. 삼십대는 나도 처음이라서.
좋은 동네 친구를 사귀어서 이 동네에서 사는 게 더 즐거운 일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아이 친구의 엄마가 아닌 내 친구를 얻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