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담임 스트레스가 내 고3 수험생 시절 스트레스보다 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내가 고3 때도 수능, 내신, 논술을 다 공부해야 하고 입시 전형이 다양해서 대입이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그래도 나는 고3 때 계속 성적이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공부하는 재미가 있었다. 고3 때 내가 주로 느끼는 스트레스는 매일 정해둔 공부 양을 컨디션과 상관없이 해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과 끝까지 내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지켜내려는 고군분투가 대부분이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라 미화되었을 수도 있지만 수능 백일 전부터 설렜던 기억은 분명하게 난다. 계속 모의고사 점수가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 느낌대로 빨리 수능을 치르고 싶었다. 물론 수능 점수가 모의고사 점수보다 낮게 나와서 잠시 고통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그 해에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면서 만족스럽게 입시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고3 담임은 처음이라 그렇겠지만 너무 힘들다. 우선 입시 공부가 빡빡하다. 올해 열다섯 개가 넘는 대학의 입시설명회에 참여하고, 매번 입학사정관을 만나 간담회에서 나눈 대화를 또 숙지했다. 그리고 전형별, 대학별 입시 공부를 하는데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고3 수업 준비도 고1, 2 수업 준비보다 양도 방대하고 더 꼼꼼하게 해야 한다. 내가 잘못 가르친 개념이 수능 때 나온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나마 고3 수업은 몇 년째 경험이 있고 가르치는 재미가 있어 버틸만하다.
학생들은 예민하고 변덕스럽다. 자주 울고 무너지고 신경질을 낸다. 선을 지키도록 바로잡으면서 다독이고 격려하는데 1, 2학년 담임을 할 때보다 에너지 소모가 크다. 학교가 학군지에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사고도 조심스럽다. 예전에도 본인은 예체능을 전공하고 싶은데 학부모가 의대를 강요했던 우리 반 아이가 극단적 시도를 한 일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고3 우리 반 아이들의 눈빛이나 말을 더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된다.
학부모님들은 자녀와 같이 고3 학부모가 된다. 자녀의 수험생활에 너무 과몰입한 나머지 학부모님이 내게 '선생님, 죽고 싶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많이 불안해하거나 흥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입시 상담을 할 때도 대치동에서 미리 컨설팅을 받은 다음 내 상담과 비교해본다. 그들 못지않게 합리적으로 입시 상담을 해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이 크다.
자기소개서. 국어교사이기 때문에 자기소개서 첨삭을 부탁하는 학생이 많다. 올해도 열 명이 넘었다. 열 명이 한 개의 자소서를 쓰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대학의 다른 전공의 자소서를 쓴다. 게다가 많으면 다섯 번도 넘게 첨삭한다. 학생의 글이기 때문에 내가 대신 써줄 수 없고 계속해서 첨삭하고 수정할 부분을 말해주는 수밖에 없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끝없이 계속 고치다 보면 학생은 몇 번이지만 나는 수십 번 글을 고친다. 자기소개서 첨삭이 고3 담임으로 하는 업무 중 최악인 하나였는데 내년부터 없어지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심리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을 때 악몽을 꾸는 나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다. 꿈에서 내가 숫자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어딜 가야 하지. 서울대부터 천안 아산까지 끊임없는 빈칸 채우기를 한다. 자기소개서를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서울대... 연대...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 이름들이 계속 둥둥 떠다닌다.
체력적으로도 정말 고갈되었다. 특히 학생 상담 기간에는 쉬는 시간도 없이 스물여덟 명의 학생 상담이 일주일 내내 이어지는데 매시간마다 자료에 엄청나게 집중해야 하고 학생들의 감정도 돌봐야 하니 한계를 느낀다. 달마다 수액을 맞고, 상담기간에는 마시는 수액, 홍삼, 공진단을 사다 먹고, 방학 동안에는 보약을 먹고, 집에 가면 쓰러져서 잠든다.
고3 담임을 하며 느끼는 주 스트레스는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9월 모의고사를 본 학생들에게 위로할 것인가 격려할 것인가 따위를 매일 출근길에서 고민한다. 고3과 적당한 거리두기 너무 어렵다. 학생도 학부모도 너무 절박하거나 너무 무심해서 더욱 그렇다. 같이 미쳐가는 기분이다. 내년 두 번째 고3 담임은 보다 나을 거라는 것으로 위안 삼으며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