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전 담임반 아이들 성적상담을 진행하다가 한 학생의 차례가 되었다.
학생과 같이 성적 추이를 들여다보는데 이상하게 학생의 떨어지는 성적이 너무 속상하게 느껴졌다.
평소 쌀쌀맞은 고3 아이들 가운데서도 마주치면 눈웃음으로 쑥스럽게 눈인사를 건네는 아이여서 그랬을까.
민망한 표정으로 "선생님, 저 우주 상향으로 수시 지원 카드 써왔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였을까.
아직 할 수 있다고, 우리 같이 방학 때 성적 올려보자고 학생에게 말하다가 눈이 딱 마주쳤다.
왈칵. 둘 다 터지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뜻대로 안 되는 그 속상함이 남일 같지 않았다.
"우리 도저히 내 힘으로 안 될 땐 기도하자. 샘도 널 위해 기도할게"라는 짧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학생을 보내 놓고 '혹시 내가 속상해서 운 게 도리어 아이 마음을 무겁게 했을까', '어른이라면 선생님이라면 의연하게 이런 입시쯤 인생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넌 결국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확신을 줬어야 하는데 너무 같이 작아진 게 아닌가 신경 쓰였다. 그래서 나와 성씨가 같은 학생에게 '원래 우리 가문이 한다고 마음먹은 건 해내더라! 잘 해낼 거야! 파이팅!'이라는 엉뚱한 말을 담은 카톡을 보냈다. 그리고 '선생님 덕분에 힘낼 수 있을 거 같다'는 아이의 답장을 받고 조금 마음을 놓았다.
내가 학생들에게 더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을 텐데... 다들 국어를 너무 어려워하는데 담임이 국어 교사인 김에 국어 성적 좀 올려주고 싶은데... 대신 공부를 해줄 수도 없고 마음이 답답하다. 더 실력을 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