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담임을 하며 미취학 두 자녀를 돌본 지난 1학기. 국어과 막내로 고3 두 과목을 수업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지 않는 업무 중 하나인 자율학습 관리 업무가 매달 있다. 학기 초 의욕을 내서 우리 반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온갖 장학금을 신청했더니 중간중간 신경 쓸 게 은근히 많다. 예전에는 장학금 추천서만 쓰면 금액이 지급되었는데 요즘은 교사의 멘토 역할을 강조하며 중간 보고서도 자주 쓰고 예산과 영수증 관리까지 교사를 통해 하니 장학금 업무가 꽤 부담이 된다. 도움받는 학생을 생각하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되는데 고3 수업과 업무를 하며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더 번거롭게 느껴졌다.
수업 준비와 행정업무는 별개로 매달 고3 학생들 입시 상담을 3,4월에 1차, 5,6월에 2차, 7월에 3차로 매달 돌리니 아침, 점심, 저녁으로 틈이 없이 분주했다. 그리고 매주 퇴근 시간이 지나 입시설명회와 입학사정관 간담회에 참석하고 끝나면 기록을 정리하고 내용을 숙지한다.
아침 출근길에 경제 및 투자 방송을 듣고, 일상에서 틈틈이 일주일에 한 권 정도 경제 도서를 읽는다. 3,4월에는 주말 동안 투자 강의를 듣느라 더 버거웠다. 고3 담임하는 동안 나도 고3인 마음으로 경제 공부를 하자 다짐했는데 쉽지 않다.
퇴근 후 첫째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30분 놀고, 애 둘 저녁을 먹이고, 우리 부부 먹을 저녁을 차리고, 애들 목욕을 시키고 나도 샤워를 한다. 그리고 내일 입을 옷을 고르게 하고 준비물을 챙기고 각자 두 권씩 책을 읽어주고 재운다.
아이들이 잠드는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체력이 남아있으면 핸드폰에 메모해둔 글감으로 글을 쓴다. 지금처럼. 글감도 싱싱한 식재료 같아서 막 영감을 받았을 때 쓰지 않고 오래 묵히면 글 맛이 떨어진다.
이 가운데 올초 새로 등록한 교회의 주일학교는 매일 아이 큐티 숙제를 내준다. 아이 둘 의식주 돌봄도 간신히 하는 내게 부담스럽다. 그래도 나름 교사에 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아온 사람이라 몰아서라도 숙제를 하려 애쓰다 포기하고 좌절감을 느낀다.
이 모든 상황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툭하면 아픈 애들과 무너진 내 체력이었다. 매달 애들 아프니 데려가라는 연락을 기관에서 받아 남편과 내가 번갈아가며 조퇴했다. 매주 퇴근하고 소아과를 갔다. 그 가운데 나도 한 번씩 쓰러질 것 같은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한 달에 한 번 꼴로 수액을 맞으며 버텼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하루만 견디자 하며 눈 뜨고 매일 잠들 때 오늘도 정말 간신히 견뎠다 하며 잠에 들었다. 그럼에도 한 학기 지나니 내가 한 번도 병가를 내지 않고 모든 수업과 업무와 입시 일정을 다 해냈다는 게 헛웃음이 난다. 고생했다, 나.
앞으로 별다른 큰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부장교사되기 전까지는 이보다 더 힘든 시간은 없을 거 같다.(그래야만 한다!!!) 시간이 흐른 것에 감사. 지난 시간이 다 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