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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행나무 위 참새 Mar 29. 2024

「나는 비난 없는 삶을 살기로 했습니다.」 (2)


울고 있는 내게, 어머니는 더욱 다그쳤다. 결국 나는 울음을 그치고, 어머니가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났을지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5분, 10분 간 어머니는 말도 없이 나를 노려보았다. 시간이 그만큼 흐르고서야, 나는 아까 친구에게 준 부메랑이 떠올랐다. 내가 가장 환희에 차서 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분노로 돌변했던 것이다. 나는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어머님께 이야기했다. ‘어머니, 혹시 친구에게 부메랑을...’라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무서움에 고개를 움찔거렸다. 내 대답이 끝나자,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따발총 마냥 날 쏘아붙였다. 나는 우는 방법 밖에 없었다. 사실 너무 서러웠다. 불쌍한 친구를 돕는 것이 어른들 눈에는 한심해 보였나 보다. 어머니가 내게 화를 낸 지도 1시간이 넘었다. 나는 훌쩍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지쳐서 혼내는 것을 그만했을 때는 이미 밤 12시가 넘은 상태였다. 나는 친구에게 부메랑을 친구에게 준 것 때문에 혼났다는 사실을 아직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르고 다른 계기가 날 변하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졸업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었다. 하필 그날 저녁 먹은 음식이 탈이 나는 바람에 나는 졸업식을 갈 수 없었다. 선생님께 전화로 이야기드리고, 내가 받아야 하는 상장과 졸업장 그리고 졸업앨범은 내일이나 모레 방문해서 가져가기로 했다. 이틀을 꼬박 누워 어니정도 몸이 회복되는 날에 어머님께 이야기해서 같이 학교로 가게 되었다.


 당시 담임선생님은 날 반겨주었다. 그리고 어머니와 간단한 담소를 나눴는데, 그때 사달이 났다. 담임선생님이 어머님께 ‘아이가 너무 착해요’ 한 마디 하신 것이다. 나는 집에 돌아와 다시 어머님 앞에 서게 되었다. 어머님은 나의 나약한 점을 집요하게 물었다. 그리고 ‘담임선생의 칭찬은 절대 칭찬이 아니고, 네가 바보같이 빼앗기고 다니는 것을 그저 좋은 말로 해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어머니가 무서웠기에 그저 울음만 흘렸다. 1시간, 2시간, 3시간이 넘어서야 나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책상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 착한 것이 뭐가 그렇게 잘못인지는 몰랐으나, 어른들 세계에서는 착하다는 표현은 바보를 지칭하는 표현인 것 같았다. 그 후로 나는 더 이상 이렇게 남들을 도와주며 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런 내게 가르침을 준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았다. 이것들은 모두 중학교 올라가는 첫 해의 일이다.


(다음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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