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말고 한껏 부러워하기
남편 자랑하려면 돈 내고 하세요.
가족 모임에서 남편에게 선물 받은 가방을 내어 보이던 지인에게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지인의 남편이 승진하면서 모든 것은 아내의 수고 덕분이라고 고맙다며 명품 가방을 선물했단다.
나는 그 자리에 함께 하는 한 가족이 계속 신경 쓰였다.
남편이 번번이 승진에 실패하여 속상해하는 속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한 오지랖을 부려 농담으로 화제를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개운치 않아 명품 가방 주인에게 전화했다.
사정을 이야기하며 아까는 충분히 축하해 주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괜찮다는 그녀의 말이 차다.
이제 돈이 없어서 자랑은 못 하겠다고 웃으며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사실 다른 가족의 마음을 살폈다는 것은 핑계이고 내 배가 아팠던 건 아닐까?
옹졸한 내 모습을 다 함께 확인한 것 같아 얼굴이 화끈했다.
나 역시 한껏 부푼 마음에 꽂힌 날카로운 한마디로 바람이 빠져버린 경험이 있다.
이직하며 급여가 오르자 얼마나 부려먹으려는 속셈이냐고 겁을 주던 전 직장 동료.
꼭 듣고 싶던 강좌에 장학생으로 선발되자 무료 강의가 어련하겠냐며
뭐든 대가가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던 지인.
딸의 방과 후 영어 수업 평가서에 적힌 칭찬 글에 고객관리라며 속지 말라던 딸 친구의 엄마.
좋은 소식을 나누려다 오히려 낙담하게 되는 경험은 상대와의 심리적 거리를 가늠하게 한다.
긍정심리학에서는 관계를 증진하는 대화법으로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반응하기’를 강조한다.
상대가 좋은 성과를 보일 때, 좋은 상황이 일어났을 때 질문을 하거나 기쁨을 나누면서 반응해주라는 것이다.
염려해준다는 명분으로 잠재적인 부정적 상황을 예견하는 ‘적극적이고 파괴적인 반응’이나
가볍게 축하한다는 한마디로 맥 빠지게 하는 ‘수동적이고 건설적인 반응’,
그리고 딴청 하면서 무관심을 표현하는 ‘수동적이고 파괴적인 반응’을 주의하라고 한다.
이를테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며 기뻐하는 친구에게
“혹시 무슨 병 있는 거 아니야? 갑자기 살 빠지는 건 위험하다던데.”나 “급하게 빼면 금세 요요 온다더라.”라고 하거나 (적극적/파괴적)
“좋겠네.”라는 한마디로 기운 빠지게 하는 것 (수동적/건설적)
또는 “아, 비가 오려나. 왜 이렇게 끈적거려.”라며 딴청을 하는 것은 관계 형성에 해가 된다. (수동적/파괴적)
“어머! 진짜 살 많이 빠졌다! 부럽다. 야~ 어떻게 뺐어? 운동은 뭐 했어?”라고 하는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반응으로 관계 증진의 열쇠가 된다. (적극적/건설적)
급여를 올려 이직하는 친구에게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는 것을 축하해주면 어떨까.
장학생으로 선발된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한다며 응원해주자.
자녀의 성과를 자랑하는 지인에게 자녀 교육법을 슬쩍 물어보며
자랑할 기회를 준다면 더없는 선물이 될 것이다.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사람은 단단해 보인다.
성취를 함께 기뻐해 준 사람에게는 나도 응원을 보내게 된다.
상대방에게 일어난 좋은 일에 내 신세와 비교하며 공연히 질투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자.
상대를 얕잡아 보면서 훈수를 두지 않도록 주의하자.
지인이 그 명품 가방을 다시 들고 나왔을 때,
늦었지만 부러움을 한껏 표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