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궤적을 만드는 '방향'의 힘

[회복탄력성] 나침반 없는 항해는 결국 표류가 된다

by 지혜더하기
선생님, 정말 열심히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문득문득 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작은 실수 하나에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모든 게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상담실을 찾는 이들에게 비슷한 고백을 듣게 된다.

그들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바쁘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취를 이뤘거나,

적어도 궤도 이탈 없이 굴러가는 일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은 모래성처럼 위태롭다.

프로젝트의 작은 지연, 타인의 사소한 비평, 혹은 예상치 못한 일정의 꼬임 같은 '작은 좌절' 앞에서 이들은 처참하게 무너진다.

엔진은 풀가동 중인데 나침반이 고장 난 배처럼, 파도 하나에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것이다.



삶의 가치는 목표가 아니라 방향성(Directionality)이다


우리는 흔히 삶의 가치를 '달성해야 할 목표'로 오해한다.

"내 가치는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할 때,

사람들은 리더라는 자리에 오르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심리학에서 말하는 가치(Values)란 목표(Goals)와 엄연히 다르다.

목표가 '도착해야 할 산 정상'이라면, 가치는 내가 걷고 있는 '방향' 그 자체다.

동쪽으로 걷기로 했다면, 몇 발짝을 걷던 나는 이미 동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카이스트에서 진행했던 '가치 엽서' 프로젝트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준다.

학생들에게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단어들을 고르게 하고 그 이유를 적게 했을 때,

놀랍게도 그 행위 자체만으로 심리적 안정감이 상승했다.


거창한 대의명분이 아니어도 좋다.

'다정함', '배움', '연결', '유머'.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명명(Labeling)하는 순간,

인간의 뇌는 통제감을 회복한다.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길을 잃었던 마음이 비로소 안착할 지점을 찾기 때문이다.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 시련을 견디게 하는 의미의 힘


정신과 의사이자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은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통해 인간이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 생존 동력인지를 증명했다.

로고테라피란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에 중점을 둔 심리치료 기법이다.

수용소라는 극단적인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은 이들은 체력이 강한 자들이 아니었다.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와 '가치'를 붙들고 있던 이들이었다.


프랭클은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라고 단언했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이들의 공허함은 대개 이 '왜(Why)'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른 채 달리기만 할 때,

인간은 자그마한 돌부리에도 발목이 부러질 듯한 통증을 느낀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가치를 둔 사람은 실패를 배움의 과정으로 재해석하고,

'공헌'이라는 가치를 둔 사람은 업무의 고단함을 타인을 돕는 시간으로 승화시킨다.


가치는 좌절의 순간에 나를 지탱해 주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뿌리가 된다.



완벽한 실천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을 잃지 않는 태도


당신은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숨이 턱 막힐 필요는 없다.

가치는 결코 완벽하게 실천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다.

'정직'을 가치로 두었다고 해서 평생 단 한 번의 거짓말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수로 거짓말을 했을 때, "내 방향은 정직이었지"라고 자각하며

다시 그 방향으로 몸을 트는 태도 자체가 가치를 살아내는 과정이다.


가치가 분명한 사람은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는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공허함은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잠시 나침반을 보는 법을 잊었기 때문이다.


거창한 성공이 당신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부여한 작은 의미가 당신의 오늘을 구원한다.


삶은 무엇을 이루느냐의 기록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걸어갔느냐의 궤적이다.


당신이 정한 방향이 곧 당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