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를 소개합니다 4
"왜 아직도 그걸 생각해?"
누군가 이렇게 물을 때가 있어요.
머리는 잊었다고 하는데
몸은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는 것 같아요.
아픈 일은... 쉽게 잊히지 않아요.
몸이 먼저 기억해 버리고,
비슷한 것만 봐도 심장이 쿵 내려앉아요.
그래서 저는 조심스러워요.
천천히 다가가고 내 속도를 지키며 살아가요.
이상한 게 아니라
그냥 제가 살아온 방식인 것 같아요.
코끼리 이야기
코끼리는 한 번 겪은 일을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아요. 밀렵이나 포식자 공격을 경험한 무리는 몇 년이 지나도 그 지역을 피해 돌아가며, 그때 들었던 총소리나 인공적인 냄새에 강한 불안을 보여요. 과거의 사건이 뇌 속에서만 아니라, 근육과 신경, 행동 패턴 속에 새겨지는 거예요. 그래서 "코끼리는 몸으로 기억한다"고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 기억은 단순히 공포의 흔적이 아니라 생존의 지혜로 남아요. 어미 코끼리는 새끼들에게 위험한 길을 어떻게 피해 가야 하는지, 어떤 냄새가 위험의 신호인지 직접 알려줘요. 그 경험이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거죠. 천천히 다가가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걸음에는 수많은 기억과 경험의 무게가 실려 있어요. 빠르지 않지만, 그만큼 오래 살아남는 방식이에요.
더디에게 상처란 지워야 할 것이 아닙니다. 몸이 기억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니까요. 그래서 더디는 서두르지 않아요. 꽃이 핀 길 대신 조금 덜 예쁜 길을 선택하더라도, 자기만의 속도로 조심스럽게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