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셋째 주, 변할 수 있다는 증거

우울의 재해석, 60대에도 바뀌는 성격, ADHD의 창의적 순간

by 지혜더하기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이 말,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혹은 주변에서 들어보셨거나요. 스스로를 바꾸려다 지치고 나면, 결국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 사실 꽤 익숙한 감각이죠.


그런데 이번 주 심리학 연구들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우울했던 경험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 60대 이후에도 성격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집중이 안 되는 뇌가 더 창의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는 것. '변화'라는 주제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비추는 연구들이었어요.




우울을 겪어낸 건 약한 게 아니라, 강한 증거예요


우울을 경험한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어요. "나는 멘탈이 약해서 그런 거예요." 사회적 낙인이 내면화되면, 우울을 겪었다는 사실 자체가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굳어지거든요. 그러면 증상이 나아진 뒤에도 뭔가를 시도하는 게 어려워져요. '나 같은 사람이 뭘 해봤자'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으니까요.


빈 대학교의 크리스티나 바우어 연구진(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은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지 실험했어요[1]. 우울증 약을 처방받은 경험이 있는 성인 748명을 대상으로, 아주 간단한 개입을 시도했거든요. 20분짜리 활동이었어요. 우울을 겪어내면서 발휘한 인내심, 감정 조절 능력, 회복력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자신의 경험도 같은 관점에서 다시 써보는 거예요. "그때 나는 약했던 게 아니라, 그만큼 버텨낸 거다"라고요.


결과가 꽤 인상적이었어요. 이 리프레이밍 개입을 받은 집단은 2주 뒤 개인 목표 달성도가 통제집단보다 약 50% 높았어요. 자기 효능감도 올라갔고, 우울 경험에 대한 수치심은 줄어들었고요. 연구진은 이 변화의 핵심이 '사실의 변화'가 아니라 '해석의 변화'에 있었다고 설명해요. 겪은 일은 똑같은데, 그걸 바라보는 프레임이 달라지니까 행동이 달라진 거죠.


상담 현장에서도 비슷한 순간들을 자주 만나요. 내담자분이 자신의 힘든 시간을 이야기하다가, 문득 "그래도 그걸 견뎌냈네요, 저"라고 말하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 한마디가 나올 때, 눈빛이 달라져요. 이 연구가 보여주는 건, 그런 관점의 전환이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그것도 단 20분 만에요.



60대 이후에도 성격은 바뀔 수 있다


"나이 들면 안 변해." 이것도 꽤 단단한 믿음이에요. 심리학에서도 오랫동안 성격은 30대 이후 거의 고정된다는 게 주류 견해였거든요. 그런데 이번 주 발표된 독일·스위스 공동 연구(Communications Psychology)는 그 통념을 정면으로 흔들었어요[2].


하이델베르크대학교 연구진이 20대 청년과 60~80대 노인 총 165명을 모집해서, 8주간 사회·정서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내용은 거창한 게 아니었어요.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대인 갈등을 어떻게 다룰지, 감정을 어떻게 조절할지를 매주 연습하는 과제들이었죠. 결과는요, 정서적 안정성과 외향성 관련 행동이 두 연령대 모두에서 유의하게 향상됐어요. 그리고 이 변화가 프로그램 종료 후 3개월, 심지어 12개월 뒤까지도 상당 부분 유지됐다는 게 핵심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건 "성격이 변한다"는 말의 의미예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나 사람들과 관계 맺는 패턴이 조금씩 조정된다는 거거든요. 그리고 그 '조금'이 일상에서는 꽤 큰 차이를 만들어요. 스트레스 앞에서 덜 무너지고, 사람들과의 대화가 조금 더 편해지는 것. 이게 60대, 70대, 80대에서도 가능하다는 거예요.


"지금부터라도 달라질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에게, 이 연구는 꽤 단단한 대답이 될 것 같아요. 8주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고요.



집중 못하는 뇌(ADHD)가 오히려 '아하!'를 만든다


ADHD라고 하면 보통 '집중을 못하는 것'으로 먼저 떠올리게 되죠. 주의가 산만하고, 체계적이지 못하고, 실수가 잦다는 이미지요. 그런데 이번 주 발표된 드렉셀 대학교 연구진의 연구(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는 그 '산만함'의 다른 얼굴을 보여줬어요[3].


약 300명의 대학생에게 창의적 문제 해결 과제를 풀게 했어요. 세 단어를 보고 공통으로 연결되는 네 번째 단어를 찾는 과제인데, 정답을 맞힌 뒤 "어떻게 답을 찾았는지"를 보고하게 했거든요. 단계적으로 분석해서 찾았는지, 아니면 갑자기 '아하!' 하고 떠올랐는지.


ADHD 증상이 높은 집단은 압도적으로 '아하!' 방식에 의존했어요. 논리적으로 하나씩 좁혀가는 대신, 갑자기 답이 의식에 떠오르는 통찰형 해결을 훨씬 더 자주 사용한 거예요. 그리고 흥미로운 건, 이 집단의 정답률이 중간 수준 집단보다 오히려 높았다는 점이에요. 연구진은 ADHD 특유의 '느슨한 주의 필터'가 평소에는 방해가 되지만, 관련 없어 보이는 정보들 사이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데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해석해요.


이건 ADHD가 좋은 거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일상에서의 어려움은 분명히 있으니까요. 다만, 결핍으로만 정의되던 특성 안에 다른 종류의 능력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거예요. "왜 나는 남들처럼 차근차근 못할까"라고 자책하던 분에게, "당신의 뇌는 다른 방식으로 답을 찾고 있었을 수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하나 더 생긴 셈이죠.




놓치기 아까운 이번 주 연구


이번 주에는 메인으로 다루지 못했지만 알아두면 좋은 연구들도 꽤 있었어요.


1. 운동의 항우울 효과를 다룬 역대 최대 규모의 메타분석이 나왔어요[4].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실린 이 연구는 1,000편이 넘는 연구, 79,551명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인데요. 규칙적인 운동이 우울과 불안 증상을 줄이는 효과가 심리치료나 약물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해 줬어요. 특히 집단으로 하는 유산소 운동, 전문가 지도가 있는 프로그램에서 효과가 더 컸고, 18~30세 젊은 성인과 산후 여성에서 가장 두드러진 개선이 나타났다고 해요.


2. '반복적 사고가 비자발적 기억을 촉발한다'는 연구도 흥미로웠어요[5]. Consciousness and Cognition에 실린 이 연구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한 뒤, 전혀 다른 활동을 하는 중에 떠오르는 기억을 기록하게 했더니 그 주제와 관련된 기억이 훨씬 많이 떠올랐다는 거예요. 걱정이나 반추가 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 그 메커니즘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연구예요.


3. 50세 이상 커플의 행복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에서는(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Development)[6], 동거를 시작하면 삶의 만족도가 유의하게 올라가지만 이미 함께 살고 있는 상태에서 결혼하는 것은 추가적인 행복 증가가 거의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핵심이지, 법적 형식이 행복을 더해주진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중년 이후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거리를 던져주네요.


4. 뇌과학 쪽에서는,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GPLD1)이 운동의 뇌 보호 효과를 매개한다는 UCSF 연구가 Cell에 실렸어요[7]. 운동할 수 없는 노인에게도 운동의 인지적 혜택을 전달할 수 있는 '운동 약'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발견이에요. 그리고 뇌의 백질 구조가 통찰형 문제 해결 성향과 연결된다는 연구도 있었는데요[8], '아하!' 순간이 잦은 사람들은 좌뇌 언어 네트워크의 백질이 덜 경직되어 있어서 오히려 유연한 연결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흥미로웠어요.




이번 주 연구들이 함께 말하고 있는 건, 결국 하나인 것 같아요.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는 반드시 대단한 노력이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 20분의 관점 전환, 8주의 연습, 혹은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몰랐던 인지 스타일의 재발견. 작은 것들이 꽤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이번 주 심리학이 건네는 이야기예요.


혹시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라는 말이 입에 붙어 있다면, 이번 주만이라도 살짝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나는 아직 이런 사람이야. 아직은."




출처

[1] "Depression-Reframing: Recognizing the Strength in Mental Illness" |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 https://journals.sagepub.com/doi/10.1177/01461672251412492

[2] "Personality intervention affects emotional stability and extraversion similarly in older and younger adults" | Communications Psychology | https://www.nature.com/articles/s44271-025-00350-2


[3] "Strong ADHD symptoms may boost creative problem-solving through sudden insight" |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 https://www.psypost.org/strong-adhd-symptoms-may-boost-creative-problem-solving-through-sudden-insight/

[4] "Effect of exercise on depression and anxiety symptoms: systematic umbrella review with meta-meta-analysis" |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 https://www.psypost.org/exercise-rivals-therapy-and-medication-for-treating-depression-and-anxiety/

[5] "How repetitive thinking can influence our involuntary memories" | Consciousness and Cognition | https://www.psypost.org/new-psychology-research-reveals-how-repetitive-thinking-primes-involuntary-memories/


[6] "Moving in boosts happiness for older couples, but marriage adds no extra spark" | 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Development | https://www.psypost.org/moving-in-boosts-happiness-for-older-couples-but-marriage-adds-no-extra-spark/

[7] "Scientists discover a liver-to-brain signal that mimics exercise benefits" | Cell | https://www.psypost.org/scientists-identify-a-liver-to-brain-signal-that-mimics-exercise-benefits/

[8] "Neuroscientists identify a unique feature in the brain's wiring that predicts sudden epiphanies" | BMC Psychology | https://www.psypost.org/neuroscientists-identify-a-unique-feature-in-the-brains-wiring-that-predicts-sudden-epiphan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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