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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10배 올라도 우리에게 소용이 없는 이유

by 와인

엔비디아는 24년 6월에 1주를 10주로 쪼개면서 분할 직전 1,200달러였던 주가가 120달러로 조정됐다. 엔비디아는 분할 이후 주가가 135달러까지 오르며 시가총액 세계 1위에 올랐다. 이후 1년간 급등락을 거치고 170달러를 넘어 역사상 최초로 4조 달러를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43만 퍼센트, 상장 이후 엔비디아는 약 4,310배가 오른 셈이다. 100만 원만 투자했어도 약 43억이 되는 엄청난 상승률이다. 상장 이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도 어마어마한 수치다. 다만, 엔비디아 창업에 연관이 되어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실제로 이런 성과를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많은 등락 사이에서 뚝심을 지키며 26년 간 투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처음 주식을 시작할 때 주위에서는 좋은 기업의 주식을 오래 들고 가야 한다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들어보면 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 사서 그냥 들고만 있으면 된다는데 어려울게 뭐가 있을까? 이 얄팍한 의지는 하락장을 처음 맞아보면 보란 듯이 박살이 난다.



인터넷에 너무도 유명한 이미지이다. 실제로 장기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부분 이탈을 하게 된다. 엔비디아에 초기에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이탈하게 되면 4,310만 배가 된들 무슨 소용인가?


우리가 중간에 이탈하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한 회사에 대한 강력한 믿음이 필요하다. 이어 계속해서 이 믿음에 대한 설명을 할 텐데, 어쩌면 종교적인 믿음과 구별이 어려워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이 믿음은 장기투자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믿음은 누가 옆에서 '야 전문가들이 그러는데 엔비디아 여기서 10배 더 간대'와 같은 맹목적인 믿음과는 엄연히 다르다. 회사가 제시한 비전에 대해서 공감하고, 그런 세상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런 믿음에 근거해야 주식을 끝까지 들고 갈 체력이 생긴다. 믿음이 신실한 신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더 좋아한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이 살 수 있는 신이 주신 기회이니까.


나는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을까?


최근 인공지능이 산업의 전반을 휩쓸고 있다. 이제는 AI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기업의 리스크인 현실이다. 당연히 과투자일 수 있고, 투자한 만큼 이익을 못 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버블이 터지고, 주가는 크게 하락한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인류사에서 아예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결국에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인공지능은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인공지능이 더 고성능이 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학습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는 끝까지 들고 갈 수 있는 믿음이 있다.


투자하는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제무재표를 읽을 줄 알아야 투자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매출을 이익으로 잘 이끌어 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전에 10년, 20년 뒤에 살아남을 수 있는지 혹은 해당 산업 전반을 흔드는 선구자가 될 수 있을지를 먼저 가슴속 깊이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니라면 투자 과정에서 소음으로 인해 중간에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주식이 현재보다 10배를 더 간다고 가정해 보자. 누군가는 2배에서 충분히 수익을 챙겼고, 더 올라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서 이탈할 것이다. 또 어떤 누군가는 주식이 -50%를 맞아 눈물의 전량손절을 할지도 모른다. 10배의 과실을 온전히 먹을 수 있는 자는 그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믿음을 잃지 않았던 누군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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