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인 Mar 12. 2024

주식투자는 차갑다

말처럼 쉬웠으면 다 부자겠지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아버지와 딸의 작별 인사 장면 출처 : 트위터


우크라이나 예비군이 딸아이와 헤어지는 눈물겨운 모습, 전투를 기다리는 한 군인의 모습에서 비치는 두려움 등 전쟁의 참상을 매스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모두가 우려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었고, 이는 참혹한 유혈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가장 격렬한 시위는 러시아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 경찰 당국은 사형제를 다시 도입하겠다는 협박까지 있었으나 너 나 할 것 없이 거리로 나와서 평화를 외치고 있다.


러시아, 아니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한 주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일부이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과거부터 우크라이나를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배권을 행사하고 싶어 했다. 즉,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소(小) 러시아'이기 때문에 '서방 세계'에 휘둘리는 우크라이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집단 학살을 멈추기 위함이라고 대외적으로 명분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고, 유대계인데 믿을 사람이 있을까. 표면적으로 드러난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명분은 정당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푸틴은 러시아 팽창주의적 행보를 통해 과거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90%에 육박하는 대국민적 지지를 다시 한번 찾길 바라는 것 같다.


위와 국권이 심히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에 가입하는 것을 선택하였다. 나토의 회원국은 한 회원국이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지원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최초 나토의 출범 목적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러시아(구 소련)의 유럽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서부 국경지대까지 나토 방위군이 주둔하도록 놔둘 수 없었다. 


긴 역사적 갈등, 지정학적 요인 그리고 한 사람의 야욕으로 마침내 전쟁은 일어나고 말았고, 우크라이나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힘 있는 강자에 의해 침략당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국민이기에 그들의 고통이 조금은 더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의해 굴복하지 않고 그들의 주권을 지킬 수 있도록 범세계적인 지원이 있길 바라고, 더 이상 다치는 사람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전쟁으로 자산 시장에도 큰 바람이 불었다. 24일 침공일에 당시에 러시아 증시 인덱스인 모엑스(Moex) 지수는 장중 한때 50% 가까이 하락한 뒤 종가 기준 33% 떨어지며 장을 마감했다. 어쩌면 더 큰 전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주식, 가상 자산 등 위험 자산이 크게 하락하고 채권, 금 등 안전 자산의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초부터 계속되어 왔던 미국의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리스크로 인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계속해서 줄었고, 이는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에 대한 적절한 배분을 하고 있었던 투자자였다면 큰 손실은 피했으나, 저처럼 위험 자산을 큰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에게는 힘든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내 주위에도 더 이상 주식 투자를 계속할 수 없다 하며 시장을 떠나는 분이 한 두 명씩 나타나고 있다. 전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크고 작은 악재가 속출할 것이고 주식 시장에 더 있기 두렵다고 한다. 투자자로서는 처음 겪어보는 전쟁 이슈이기 때문에 이후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려우니 과거의 전쟁 시 주식 시장의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한 번 살펴보자


64년 베트남 전쟁, 91년 걸프전, 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03년 이라크전, 14년 크림반도 합병 전쟁 등 5개의 근대 전쟁 중 닷컴 버블이었던 아프간전을 제외하면 모두 당해에 상승 마감하였다. 어쩌면 전쟁이라는 극적인 요소에 시장 참여자들이 지나치게 반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위에 예시를 든 전쟁과는 달리 실제로는 당해 상승 마감으로 끝나지 않았고, 약 16개월 후에 회복하였다. 아마도 인플레이션과 미국 기준 금리가 높게 유지된 영향을 받은 듯하다.


이처럼 투자자는 시장 전반에 대한 예측을 하기 힘들고, 만일 예측한다고 한들 이번에는 반대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시장이 반등할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시장의 하락에 무고하게(?) 하락한 기업이 있다면,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여 매수의 기회로 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라고 글은 쓰고 있지만, 나 역시 현금을 올해 1월에 모두 소진하는 다소 성급한 결정을 하는 바람에 마음에 드는 기업이 매력적인 가격임(매력적이지만 저점은 아닐 수도 있는)에도 불구하고 매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아주 솔직하게 일주일에 한두 번은 작년 11월에 팔아서 지금 현금이 든든하게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한다. 매우 결과론적인 생각이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놀랍게도 그런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 투자를 처음 할 때 했던 생각이 얼마나 경솔하고 건방진 생각이었는지 웃음이 난다.


뭐야? 장기적으로 보유하면 좋은 기업은 무조건 우상향 하잖아? 왜 사서 끝까지 보유하는 게 힘든 거지?


그렇다. 생각은 너무 쉬웠지만, 막상 첫 조정장을 맞이하니 전혀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장기투자자로 성장하는 길목에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이런 조정장은 스치는 바람보다 사소하게 느끼는 큰 나무 같은 투자자가 되어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 첫 조정장 후기(21.12~23.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