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일기

나물을 준비하며

정월대보름이 모레

by 최원형

모레가 정월대보름이다

오전 내내 글을 쓰다 불현듯 나물을 준비하기로 했던 기억이 났다.

어젠 내일 아침에 장을 보러 가야지 했는데

오전 내내 글쓰느라 깜빡했던 터라

점심 먹고 다녀와야지 했는데

점심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져 커피 한 잔 마시고..

이러다보니 2시를 훌쩍 넘겼다.


일요일이라 생협 매장이 다섯 시면 닫는다는 걸 떠올리고는 서둘러 나섰다.

어쩌다 동네에서 장을 볼 때만 운전을 한다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번 장을 보니까 양이 꽤 많아 자전거를 타고 가져올 수가 없어서다

게다가 동네에 따릉이가 오늘따라 텅 비었다.

주말에도 자전거 타는 이들이 꽤 된다

봄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는 거 아닐까?

자전거를 타고 어디 천변으로들 간 걸까?

대기질은 꽤 안 좋은데..


생협 주차장은 좁기도 하거니와

주말에는 사람들이 북적여 행여 주차할 곳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일요일 오후여서인지 수월하게 주차했다


묵나물을 하나씩 골라담았다

브로컬리곁순, 취나물, 뽕잎나물, 시레기

밤고구마 한 박스, 귤 한 박스 당근 한 봉지, 부럼으로 쓸 땅콩 한 봉지 그밖에...


집에 도착해서 나물들을 물에 불려놨다


저녁 먹고 불린 나물들을 하나씩 삶아서 볶았다

겨울엔 묵나물을 먹는 게 맞다

봄부터 가을에 이르도록 뜯고 거둬들인 것들 말려서 겨우내 먹는 게 순리지 않나?

일년 내내 푸릇한 채소는 결국 석유를 먹는 셈이다.

하우스에서 화석연료로 생산한 거니까


9시 넘어서 책상앞에 앉아서 그림을 골랐다.

오늘도 베아트릭스 포터의 책이다.

집에 스무 권 있으니 한참 그릴 수 있다.

맥그리거씨가 모종을 심고 있다.

봄이구나, 그래서 이 그림이 마음에 와 닿았나보다.


그림일기를 날마다 올리겠다고 겁없이 질렀는데

종일 쉬지 않고 무언가를 쓰고 움직이고 했더니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나

일단 질렀으니 시늉이라도..


오늘 하루 닫는다.

오늘 오가다 만난 글귀 중 마음에 남는 글,

"눈물의 높이에서 세상이 빛날 때 살아있는 것들의 슬픔을 안다"


2022.2.13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날마다 그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