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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Feb 22. 2022

교육을 통한 인간 해방





새벽에 일어나 지방 강의를 가야하는 날은

자는 게 자는 게 아니다.

행여 늦잠을 자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해서 예민했나보다.

새벽 3시 반에 눈이 떠졌다.

다시 자려고 해도 잠은 오지 않았다.

이럴 때는 자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긴 시간 기차를 타고 가야하니까

그때 자며 되지, 라고 생각했더니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

그래도 일어나 움직이면 식구들 잠을 방해할 수 있으니 아주 살금살금...

그러다 5시가 되자 부엌 불을 켜고 아침 먹을 준비를 하고

-하루 세끼를 챙겨먹지 않으면 그렇게 헛헛할 수가 없다.

아마도 이건 의식의 작용인 듯...


거실 창 너머 깜깜한 어둠을 내다보니

부옇게 여명이 퍼지기 시작하는 동쪽하늘에 

샛별인지 밝은 별하나가 보인다.

얼마나 투명하게 반짝이는지 잠시 쳐다보다가 사진 한 장 찍었다.


 씻고 준비를 하고 6시 40분쯤 집을 나섰다.


용산역에 도착해서 순천행 기차를 타고

픽업 나오신 분을 만나 다시 차를 타고 한 시간여 달려서

남해에 도착했다.

마을센터에서 점심을 준비해주셨다.

서대구이와 미역국과 명란시즈닝 김, 그리고 멸치볶음과 나물, 꽈리고추무침과 김치

꿀맛이었다.

잠시 마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의 장소로 이동해서

2시 5분부터 5시까지 강의를 했다.

기후 문제, 패러다임, 소비, 광고, 의식주에서 비롯된 환경 생태 문제 그리고 좋은 삶까지

2시 강의는 점심 먹고 난 직후라 졸음이 쏟아질 시간인데

조는 사람이 없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기후 문제에 이토록 관심들이 있다는 건가, 궁금하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강의 마치고 어떤 분이 질문을 하는데

기후 위기는 심각해지는데 개인의 노력은 무의미한 것 같다고 했다.

왜 개인의 노력이 무의미할까?

유의미하다고 했다.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느끼게 되면

더 큰 힘을 추동할 의지가 생길 거라고 했다.

그 힘이 우리 사회를 바꿀 중요한 모멘텀이 될 거라고 했다...

강의를 하다보면 내 말에 내 귀가 기울이고 있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강의를 듣는 사람뿐만 아니라 나도 내 말을 듣는다.

신발끈을 다시 조이는 시간이다.


강의 마치고

앵강만을 둘러보았다.

바다 너머 수평선이 아니라 섬이 보이는 게 신기하다.

다랭이 논도 보았다. 알뜰살뜰 경작지를 만든 것은 아름다운 풍경인데

그렇게나 알뜰히 자연을 밀어내며 우리가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도로에서 로드 킬 당한 동물을 몇 마리나 봤다..

어린 고양이 한 마리는 도로를 대각선으로 건너고 있었다.


앵강만을 다 돌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기차를 타려면 부지런히 순천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기차 출발 15분 전에 역에 도착,

순천엔 심다 책방도 있고 둘러보고 싶고 연락하고 싶은 곳이 꽤 여러 곳이었지만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서울로...


서울 오는 기차칸에서 줌 모임이 하나 있었다.

유네스코 2050 보고서 해설을 들었는데

흥미롭다. 교육에 관한 내용이니 왜 그렇지 않을까?


같은 책을 읽더라도 아이들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

발달상황과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러니 개별화가 필요하다.


어른도 성장한다.

지식이라고 하는 부분을 그동안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이냐 역량이냐 대립구도가 아니라

강력한 지식 접근 방식을 같이 할 수 있다..


기후 위기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생태 위기는 세계 속 인간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세상을 변혁하는 핵심

교육을 통해 인간이 해방된다는 것


교육을 통해 인간이 해방된다는 것

이때 교육의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적인 활동을 통해 인간은 해방을 이룰 수는 있다고 본다.


아직도 기차 안,

어서어서 집으로 가자꾸나.


20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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