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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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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Feb 28. 2022

범사에 감사해야


일주일에 한두 번 두 군데 생협에서 우리 식구가 일용할 양식이 온다.

각 생협마다 취급하는 게 조금 달라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하게 된 거다.

그 전까지 온라인으로 먹을거리는 고사하고 물건도 거의 사질 않았는데

작년에 너무 바쁘게 지내느라 드뎌 나도 택배로 물건을 받기 시작했다.

한 생협은 새벽에 일찍 오고

또 한 생협은 주로 정오를 지나서 온다.

현관 밖에는 개인 상자를 늘 두는데

어떤 생협이든 그곳에다 물품을 담아두고 간다.

그러다 오늘 엇비슷한 시각에 두 생협이 배달을 했다.

주로 새벽 배송을 하는 생협은 오전 10시나 되어야 문자를 하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으레 나가서 가져온다.

언제나 와 있으니까.

오늘도 그렇게 나가서 물품을 챙겨와 부엌 바닥에 부리는데

두 번째 생협이 물건을 두고 간다고 문자를 했다.

간발의 차이로 ...

하마트면 개인 상자가 꽉 차서 문제가 생길 뻔 했다.

두 곳 모두 배달하는 이들을 만나지 못하지만

대신 문자로 인사한다, 한 곳의 생협과만

물품 전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받았습니다. 안전운전하시길요..


또 한 곳은 10시에 아마도 일괄 문자를 보내는 것 같다.

사람이 아닌 웹발신이다 보니

잘 받았다 고맙다..인사를 나눌 수가 없다.


이게 작은 차이 같지만 결코 작지 않다.

비록 얼굴을 보진 못해도 배달해주는 이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꼭 안전운전하라는 멘트를 붙인다.

그러다 아예 관용어로 굳어졌지만

비록 비대면이어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니

배달하는 물품에도 더 신뢰가 생긴다.

웹발신하는 곳보다 조금 더.


물건을 들여와 냉장고에 넣고

베란다 창고에 넣고

그리고 포장재를 정리하다가

이런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먹을거리를 꾸준히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느낀다.


오늘도 늘 같은 일상이었다.

밥을 먹고 일을 했고

또 밥을 먹었고 일을 했다.

나의 일이란 무언가를 쓰는 거다.

오늘은 좀 많이 쓰려고 아침에 무리한 계획을 세웠는데

결국 그 계획의 절반도 이루지 못했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진척이 없고 별 소득도 없이 자료 찾느라 몇 시간 날려버리고

그러다

오후 4시 넘어 볕이라도 쬐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 싶어 집을 나섰다.

세탁소에 들러 맡겨놓은 옷도 찾을겸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완연 봉이다. 

기온이 이리 오른 줄 모르고 두꺼운 파카에 스카프까지 두르고 나갔다..

지저귀는 새소리 요란하다.

아무렇지 않게 봄이, 오고 있다..


대륙 너머 저쪽에선 폭탄이 터지고 핵시설을 겨냥하고 있다는데

우크라는 대통령부터 국민들이 일심으로 뭉쳐서

견뎌내고 저항하고 있다.

어디서 저들은 저런 에너지를 만들었을까 궁금해서

우크라 역사책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다.


이쪽은 선거기간, 선거 때 보면 이 나라는

후진국도 이런 후진국이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우리나라는 다 잘 하는데 오직 정치인만 좀 잘하면 더이상 바랄 게 없겠다 싶을 만큼

정말 수준이 저렴하다.

대체 우리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철학이나 가치관은 고사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조차 무지한데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면

과연 인간은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사태를 판단한다는 연구결과가 맞는 것 같다.

그런 사고체계를 우리 뇌가 돌리고 있다는 걸 알면 

더욱 감성에 좌우되지 말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기분이 꿀꿀해서 니콜라를 그려봤다.

엄마 생일선물로 꽃다발을 드리려고 가져가다가

친구에게 잠깐 들고 있으랬더니만

자동차 위에다..

그런데 그만 자동차가 붕붕 출발한다..

급기야 급해진 니꼴라 자전거를 타고 자동차 뒤를 쫓는데..


그림을 그리다가 우크라 소식을 또 찾아보며

제발 협상이 잘 타결되어서 전쟁이 그만 끝나길 기원하다가

협상이 잘 타결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협상이 잘 타결되면 이제 우크라는 러시아의 영향권 밖으로 완전히 벗어나는 걸까?

그렇다면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그건 좋은 일일까?


역시, 우크라 역사를 알아야 할 것 같지만

어찌됐든 세계 역사가 패권주의로 흘러가서는 안 될 것 같다.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30여년이 흘렀는데 새롭게 또 양분되는 건가?

아니 중국이 또 한 마리의 용으로..

그렇다면 대체 이 세계는 어디로?

신기후체제에 신냉전체제까지?


횡설수설하는 사이 잠잘 시간이다.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쓰는 동안

내 생각을 정리하는데 오늘은 도무지 정리가 되질 않는다..

그럴 때도 있는 거지.


2022.2.28

벌써 오늘이 2월 마지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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