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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Mar 05. 2022

전기는 눈물을 타고

후쿠시마 11주기



후쿠시마 사고가 난 지 올해로 11주기다.

여전히 핵발전소 내부 그러니까 원자로가 어떤 상태인지 모른다.

로봇을 넣어도 즉사를 하니 원자로 내부 사정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할 수 있는 조치는 냉각수를 계속 붓는 일이다.

냉각수를 11년이 되도록 계속 부으니 그걸 저장할 탱크가 무한정 필요해지고

언제 끝날 지 기약도 없으니

경제성을 따져서 내린 결론이 태평양 방류였다.

사고난 원자로를 식히고 난 냉각수는 당연히 방사능에 오염돼 있다.

일본정부가 태평양으로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면서 했던 얘기는

깨끗이 처리해서 방사능 핵종이 없는 안전한  물을 흘려버리겠다는 건데

대체 그걸 누가 체크를 할까?

일본 정부가? 그걸 어떻게 신뢰할까?

IAEA가 하면 신뢰할 수 있을까?


방류결정에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정부가 환영의사를 표했다.

IAEA야 원자력 부흥이 비지니스니까 그렇다치고

미국 정부는 아이러니하다.

후쿠시마 사고가 나자마자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지금까지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안전하다며 방류 결정을 환영하는 건 이율배반 아닌가?


오늘 후쿠시마 11주기 기념 행사가 대학로에서 있었다.

코로나로 작년과 재작년엔 제대로 못 했던 터라 올해는 참석했다.

월성 핵발전소 바로 옆 나아리에 살고 계신 황분희 여사님께서 오늘 오셨다.

영화 '월성'에 등장하셔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분이다..

행사 마치고 차를 한 잔 대접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일행인 경주환경운동연합과

대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와 대구 녹색당 활동가 이렇게 네 사람과 나

해서 다섯 명이 근처 펍에 들어가서 피자랑 맥주 한 잔씩 마시고

기차 시간이 되어 일어났다.

황분희 여사님은 맥주를 못 드신다고 했다.

자연환경 좋은 곳을 찾아 이사를 갔는데

월성 핵발전소 바로 앞이었다.

날마다 피폭이 되면서 갑상선 암에 걸리셨다.


최근 기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핵발전을 대안으로 띄우는 분위기다.

유럽연합은 2022년 2월 핵발전을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에 포함시켰다.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해야 하지만

간헐성 때문에 안정적인 에너지원인 핵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동안 필요한 가스도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유럽연합 내에 있었다.

다만 핵발전은 넣되, 조건이 까다로워져서 새롭게 짓는 핵발전이  기준을 맞추긴 쉽지 않을 거라 한다.

우리나라 핵산업계는 이걸 기후위기 대안으로 선전하고 있다.

울진 산불과 한울핵발전소의 관련을 생각해보면

가슴철렁한 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반러시아 감정과

그로 인해 향후 유럽의 에너지원에 대한 이변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핵에 관련한 문제는 너무 어렵다.

용어도 어렵고 구조를 이해하는 건 더 어렵다.

그 무엇보다도 어려운 건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할 기술이 인류에게 없는데도

포기하지 못한다는 현실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그곳을 떠났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돌아기지 못하고 있다.

사고 이후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게 에너지인데

그 에너지로 인해 우리의 삶이 망가진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닐까?

핵발전소 닫으면 전기요금 오를 거라며 반대라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핵발전소마다 포화상태로 찰랑거리는 폐기물들, 여전히 영구저장시설은 짓지도 못하고

임시저장시설에 의지하고 있는데 그걸 어쩔 거냐고

쌓여있는 핵폐기물들을 어디다 10  동안 꽁꽁 싸매서 생명체와 완전 격리해서 보관할 거냐고.


황분희 여사님이 발언 한 마디 하기 위해 경주에서 올라오신 걸 알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건

서울에서 편안히 전기를 받아 쓰기 때문이다...

핵발전소 인근, 송전탑 인근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고통과 함께 지낸다..

그러니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르는 거 맞다.


마음이 착잡했다...


*이 그림은 오늘 집회에 참석하신 삼척대 성원기 교수님이 메고 계시던

백팩에 붙어 있는 플랑이다. 꾸준히 쉬지 않고 어디선가는 지속적으로 핵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게 살자고 외치는 목소리가 있다. 귀한 소리다.


20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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