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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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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Mar 07. 2022

따스한 연결


파주 출판단지에는 작은 습지가 있다.

심학산과 한강 사이에 자그마한 돌곶이습지

출판사 미팅이 있어 파주 가는 날엔

이곳 습지에 꼭 들른다.

언제나 그곳엔 새가 있기 때문이다.


미팅 끝나고 친구를 만나

함께 습지를 한 바퀴 돌면서

새를 봤다.


개리 북방검은머리쑥새 큰부리큰기러기 삑삑도요

백할미새 쇠오리 떼까치 쑥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참새 직박구리 노랑지빠귀 혹부리오리 민물가마우지

되새 박새 갈매기 노랑턱멧새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물닭 

모두 22종

그러니까 적어도 22종은 그곳에 오고가며 먹이도 먹고 휴식도 취한다는 얘기다.


누렇게 마른 갈대밭 아래로 부리를 밀어넣은 채 먹이를 찾는 개리,

개리는 천연기념물이지만

지금 이곳에선 꽤 많이 볼 수 있다. 그것도 지척에서

갈대밭 사이사이로 날아다니는 붉은머리오목눈이도 너무 예쁘고

짙은 회색빛 뻘밭에 색깔도 선명한 빨간 다리가 보인다.

검고 흰 색에 갈색 줄무늬가 배에 선명한 넓적부리도 오늘 한마리 봤다.

되새 무리는 나무 열매를 먹느라 정신이 없다.

느릅나무 열매는 지난 겨울만 해도 주렁주렁이었는데

3월이 되니 거의 다 사라졌다.

겨우내 새들의 양식이 돼 준 고마운 나무다.


겨울의 끝자락과 봄이 서로 교차하는 이 무렵은 새들에게 춘궁기다.

너무 가물었던 이번 겨울은 새들에게 여러모로 혹독했을 듯 싶다.

우리 집 버드 피더에 많게는 하루에 세 번 모이를 채워준다.

물그릇도 수시로 채워줘야할 정도였다.

아침에 조금 늦게 베란다엘 들여다보면

새들이 기다리고 있다.

어찌나 미안한지...


환기를 시키려 창을 열면 모이대로 새들이 날아든다.

배가 고프구나.. 싶으니 우리 집에 찾아오는 새들은 어떻게든 먹겠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새들은 어쩌나.. 싶은 생각도 든다.


울진 산불이 여전히 진화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

어마어마한 불길 속에서 새조차 제대로 날 수 있을까 싶다..

그러니 들짐승들은 대체 그 화마를 피할 도리가 있을까?ㅠㅠ

겨우내 힘들게 살아남아 이제 봄이 오나보다 하는 이 시기에 이렇듯 산불이 ...


누군가의 실화든 방화든 불이 시작됐다고 해서

이토록 순식간에 그 넓은 면적으로 불이 번진데에는 분명 중요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가뭄에 강풍이 원인제공을 한 것도 큰 원인이고

숲을 지나치게 인간이 개입했던 산에만 대형화재가 발생했다는 것도 반드시 인과관계를 찾아봐야할 거다.

숲 가꾸기를 하는 산에서만 주로 대형산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자꾸 걸린다..

인간의 개입으로 자연을 통제한다는 발상이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인간의 오만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숲에 사는 수많은 생명들

뜨거운 화마 속에서 고통스럽게 사라졌을 생명들..

너무 안타깝고 많이 미안합니다..._()_


습지를 한 바퀴 돌 무렵 누군가가 나무에 매달아 놓은 게 눈에 띄었다.

 개가 있었는데  구과에 밀가루반죽을 붙이고 

견과류를 군데군데 박아둔 피더였다.

새들이 견과류를 다 빼먹었다.

추운 겨울 지방으로 추위를 버티라는 사람들의 배려다.

이렇게 생명들을 챙겨주는 손길이 얼마나 따스한지.


인간과 비인간이 언제고 따스하게 연결되며 살아갈 수 있다면.


20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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