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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Mar 14. 2022

진심을 다하는 자세


지난 금요일 오후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서울시내 모구청의 0000과 과장이라는 사람이 전활 해서는

구청 산하에 환경교육센터가 생긴다며

강연을 요청했다.

그러더니

모 시민대학에서 연속 강연하는 걸 알고 연락을 했다며

그곳에서도 연속 강의를 해 줄 수 있느냐 물었다.

어떤 강의를 했는지 강의 계획서를 보내달라고 했고

이력서도 보내달라고 했다.

어젯밤에 그 생각이 나서 보내줬다.


아침에 연락이 와서는 5회 연속 강좌를 하자고 했다.

강의요청을 받으면  늘 의뢰서를 받는다.

정말 세상에는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몇번 난처한 경험도 있던 터라.

이 기관에서는 강사료를 적는 칸에다가

서울시 00기관 기준이라고만 적어서 보냈다.

정확히 알려달라고 했다.

다시 연락이 와서는 금액을 이야기하는데

평소 내가받는 금액에 비해 적었다.

어렵겠다고 하니

강의시간을 30분 줄인다.

이때부터 어이가 좀 없었다.

물건 흥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을 좀 해야겠다고 했더니

급하다며 얼른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들이 제시한 금액에서 4만원을 올려달라고 했다.

이렇게 조정을 했다.


무엇보다 다음주 개관인데 지난주 금요일에 연락을 했고

부랴부랴 강의를 개설한다는 게 영 탐탁치 않았다.

혹시 땜빵이냐고 했더니 절대 아니라고 했다.

강연을 여는 취지가 궁금했다.

오늘 정해서 언제 홍보를 하느냐 물었더니

들을 사람들은 있다고 한다.

대체 이토록 급조한 강의에 누가 들을까 싶어서 물으니 동네 통반장들이라고..

물론 그들도 교육을 받으면 좋을 거다.

교육은 그 누구라도 받아서 나쁠 일이야 있을까?

문제는 환경교육센터라는 곳에서 개관을 준비하도록

개관 기념 강의를 한 주 전에?

그리고 강사비에 맞춰 시간도 줄이고

수강생은 바로 동원될 수 있는 사람들로?


그리고는 다시 전화가 왔는데

그 사이에 나는 다른 통화를 하느라 못 받았는데

금세 메일이 왔다.

예산이 부족해서 강연을 못하게되었다고.


환경교육센터라는 곳이

어떤 사명을 가지고 무슨 목적으로 개관을 하려는 건지 의아했다.

요청하는 강연 날짜마다 오전 강의가 계속 잡혀있는데다

오후 일정으로 잡아서 사실 내키지도 않았지만

개관기념 강의로 급히 요청을 하는 거라고 부탁을 해서 들어줬는데

결국 이렇게 일을 처리했다.


때로 강의료가 서로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상대방이 정말 강의를 유치하고 싶을 땐 정중하게 부탁을 한다.

예산상 어렵긴 한데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대개는 수락을 한다.


오늘 통화한 그 센터는 내가 느끼기에 1도 간절함이 없는 듯 했다.

찔러 보고 아니면 말고...

내가 받은 느낌은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랬다.

뭔가 행사를 급조해서 하려했는데

정해놓은 예산을 넘어가야할 것 같으니

그것도 20만원이 초과하니

못하겠네, 끝


다섯 번을 바삐 지낼 뻔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다.

누군가가 급히 하는 부탁을 가능하면 받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하나로 족하고 부디 다음부터는 강좌를 미리미리 계획 세워서 잘 하길 바란다.

공간만 차지하고 명분만 유지하는 환경교육센터가 아니라

지역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진정성있는 환경교육 허브 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환경교육센터를 건립하려고

그래서 좀 더 많은 이들이 환경교육을 받고

생태 시민으로 거듭나는데 일조하기 위해 애 쓴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 센터(구청 관계자 포함)가 부디 알았으면 좋겠다.


이 중차대한 기후 위기 시대에

환경교육을 진심을 다해 일하는 구성원들이 그곳에서 일 할 수 있길 바란다.


202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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