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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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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Mar 17. 2022

아무 것도 없어서 꽉 찬


코로나 3차 백신 접종을 망설이다 결국 오늘 미션 완수했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잦다보니 아무래도 맞아야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 태평양 건너에 살고 있는 내 주치의가 꼭 맞으라고 해서 맞았다.


집으로 돌아와 나른해진 몸 핑계로 한잠 자고 일어났다.

저녁 시간에 집안 청소를 하려 창을 여니 바깥에 비가 쏟아진다.

이 비 그치면 꽃망울 펑펑 터뜨리겠구나 싶다.


청소를 하면서 봄비와 나와 산개구리의 연결을 생각했다.

봄비와 나와 숲의 나무들의 연결을 생각했다.

봄비와 나와 땅 속 지렁이의 연결을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이 지구 전체가 나였다.

그러니 뭐 하나 애틋하지 않은 게 없고

귀하지 않은 게 어디 있을까?


비 소리 대신 음악을 듣고 있지만

음악 소리 어딘가에 비 소리가 스치운다.

비 냄새마저 음악 어디쯤에 스며들어있다.


오늘은 그림을 일찍 그렸다.

일찍 잠을 청해야하는 날이라...

때론 느리게 느리게


나무는 볕이 쨍한 날 들판에 홀로 서있다.

그림자는 심심한 것 같다.

심심함도 때로 깊이 느끼면 거기에 아무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어서 꽉 찬


202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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