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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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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Apr 05. 2022

내 가슴 속엔 네가 있어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더 멀리 필리핀 그 너머 저기 수마트라섬에서

우리나라를

해마다 오가는 제비

그 먼먼 거리를 고작 16그램 남짓한 몸으로 오간다.

새끼를 치러 봄이면 우리나라로 찾아오는 제비

먼 거리를 날아오니 얼마나 지칠까?

도착하자 부리부터 땅에 댈만큼 기진한다고...

그렇게 바닥에 주저 앉은 제비가 로드킬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 먼 거리를 기껏 날아오자마자.. 그럴 순 없는 거 아닌가...!


제비꽃이 필 무렵이면 강남갔던 제비들이 돌아온다는데

제비 숫자는 계속 줄어든다.


둥지를 틀 처마가 턱없이 부족해졌고

둥지를 지을 진흙도 부족하고

가뭄으로 물기있는 흙도 부족하고

먹이도 부족하고

습지가 있어야 수서곤충을 잡아먹고

둥지를 지을 재료도 얻고 여러모로 좋을 텐데

습지는 자꾸 줄어들고.

인간의 눈에 습지는 쓸모없는 공간, 그것말고 어떤 것도 아니니까


2020년 54일 동안 장마

2013년 49일 동안 장마

이토록 장마가 왕창 늘어나면

어미는 먹이를 제대로 물어오지 못하고 새끼는 발육이 느려지거나

아예 육추를 포기하게 된다고...ㅠㅠ


지구, 우리 공동의 집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걸 몸으로 아는 누군가는

그럼에도 제비를 기다린다.

제비를 위한 노래도 만들었다.

제비꽃은 피었는데, 제비야 - YouTube


제비꽃이 피었는데 제비야

너는 어디있니.. 라고 제비를 기다리는 그 누군가가 묻는다

어디에 둥지를 틀고 있느냐고


제비가 답한다.

내가 안 보이는 건 사람들 가슴 속에 내가 없어서야..

그런데 제비는 씩씩하게 다음 말을 잇는다

그래도 난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거야

그땐 잊지말고 날 반겨주렴...


사람 가장 가까이에서 사는 새, 제비


둥지를 짓고

알을 낳는데 그 알 무게가 1점 몇 그램에

크기는 고작 1cm남짓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무게...

감지되지 않는 무게의 생명도 있다는 걸  제비알을 통해 배운다.

부화를 하면 어미는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다 준다.

새끼는 이제 둥지 밖으로 쓱 나올만큼 자란다.

그리고 어느 날 이소를 한다.

이소 첫 날 둘째 날,

아직 나는 건 서툴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이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고


야생의 삶을 알수록

얇은 얼음장 위에 서있는 생명을 만난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생명들

생존 확률을 더 높여주고 싶다.

어떻게?

어떻게를 궁리해봐야겠다.

나 그리고 우리,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아닌가?


제비야, 내 가슴 속엔 네가 있어.

어서 오려무나!


20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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