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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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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Apr 12. 2022

둥지 짓는 박새


오늘은 그림이 좀 지저분하다

발단은 새 그림으로 유명한 작가 이우만 샘이 페북에

두 곳이나 둥지가 털린 사진을 올리셨고

오늘은 둥지를 짓느라 털을 물고가는 오목눈이 사진을 올리셨다.

페북에 올리신 털을 물고 가는사진을 오늘의 그림으로 그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두 번이나 둥지가 털린 박새로 읽었다..

한번 사로잡힌 생각은 결국 그림을 저리 어지럽게 만들고야 끝이 났다.


화요일마다 있는 공부모임에 접속하고

귀로는 들으면서

손은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데...

다 그렸다 생각하고 페북에 올리니

새 전문가 박건석 샘이

두 번 아니고 두 곳 아니냐하고

우만샘 등장하셔서

두 곳일뿐만 아니라 오목눈이라며 총체적 난국이네요...라는 거다..


해서 이렇게 그림에다 글씨로 수정에 수정을..

그리면서도 박새 꼬리보다는 오목눈이 꼬리 같다 생각했는데..

그런데 오목눈이로 알고 그렸다면 꼬리를 더 길게 그렸어야...

내 머릿속에 이미 박새라고 굳어버리니 박새를 결국 그린 셈이다...

그런데 박새가 맞았다...(4.13 또 수정)


그렇다면 본다는 건 뭔가?

눈이 보는 걸까? 생각이 보는 걸까?

마음이 보는 걸까?


가끔 이런 엉뚱한 실수가 나는 좋다.

맹한 구석이 있다는 건 갯벌과 같은 것

내게도 버퍼링이 있다는 거

부족하고 덜 찬 무언가가 늘 여지로 남아있다는 거라 생각한다.^^


고3 때 어떤 친구가 날더러

넌 찔러도 피 한 방울도 안 나올 거 같다고 한 적이 있다.

말을 참 야멸차게 잘 했던 듯

의도하지 않았는데 말은 그렇게 삐져나오는 습관이 내 안 깊숙한 곳에 똬리를 틀고

늘 파이터의 기분으로 살았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왜?


가부장적이고 아들 선호하는 집안에서 엄마 바로 다음

그러니까 엄마가 정한 집안의 위계에서 엄마를 제외하면 젤 밑바닥이었던

그런 환경에 살면서

스스로 생존법으로 터득한 게 상처주는 말..


나이를 먹으면서 여유가 생긴 건 아니고

아주 우연한 기회에 한 친구 덕분에 내 꼬라지를 정확히 보게 되었다.

가능한 객관화해서 나를 보려 애썼던 시기였다.

이후 애처로운 나를 만났고 나는 드디어 약간의 여유를 찾았다.


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해도 허허실실 잼나게 웃으며

글자를 찍찍 수정할 수도 있게 되었다.

실수해서 기쁘고 기꺼이 잘못을 알려준 이들도 고맙다.


그 와중에 오늘 그림을 보면서 뭐랄까 빈틈이 한껏 보이는 이런 그림을

"딱 벌레 스타일 최고의 그림입니다~

스토리가 있는~~~"

라고 말해주신 추적자학교 하정옥 샘 있다.

모두가 고맙다.^^


박새가 둥지를 이제 막바지로 다듬는 중인듯

깃털을 물고가네

잘 짓고 무사히 새끼 치길


ps. 최원형, 너나 잘 하셔!ㅋㅋ


202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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