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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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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Apr 13. 2022

그렇게 진일보 하는 중


어제 좀 멀리까지 산책을 했다. 오래 전에 이따금 가던 아파트 단지까지 걸어갔는데

아파트가 오래 되다보니 나무들이 참 울창하고 좋았다.

가지마다 여린 잎을 단 나무,

봄의 새잎은 꽃보다 예쁘다.

 나무들이 오래도록  자리를 지켰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걷다가

영산홍이 보였다.

어, 그런데 꽃잎 위로 무언가가..

가까이 가서 보니 겨우내 꽃잎을 싸고 있던 포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고깔모자를 쓴 듯 요러고 있는 거다.

꽃잎이 포를 밀어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한 모양새


세상에 뭐하나 쉽게 그리고 절로 되는 건 없구나

우리 삶이라고 크게 다를까?

꽃이 활짝 피었을 때나 세간의 관심을 끌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밀어올리며 꽃은 애를 쓰고 있었던 거다.


옆에 있는 분홍색 꽃에는 이런 모습의 포를 찾을 수 없었는데

유독 이 색깔의 꽃들만 포를 잔뜩 이고 있었다.

올 봄에 새롭게 만난 모습이다.


목이 많이 아파서 요며칠 고생 중이다.

오늘은 오후에 충북의 한 중학교 교사 대상 연수를 하는데

한 30분쯤 얘기했을까?

목이 쩍쩍 갈라졌다...

80분 강의여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제까지 그렇게나 덥던 날씨는 어제 오후부터 기온이 하강하며

오늘은 초겨울 날씨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이준석 국힘당 대표가JTBC 썰전에 나와서 '장애인 이동권'에 관해 토론하는 걸 들었다.

정규 방송이 끝나도록 결론에 도달하지 못해 이후 유튭에서 이어 한다는데

못 들었다.

난 정규방송도 아닌 유튭으로 들었는데

또 찾아 듣자니 그것도 귀찮고..


토론을 지켜본  

이대표는 장애인의 처지를 역지사지하기 보다는 그 방송을 듣고 있을 시민들을 더 의식하는 것 같았다.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로 살아온 시간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잘 사는 나라일수록 장애인(을 비롯한 약자)에 대한 배려가 크다.

선천적인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10% 남짓이라 알고 있다.

그러니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누구나 노인이 되듯이

그러기에 역지사지의 마음을 지니고 사는 건 필수라 생각한다.


만약 출근길 전장연 시위가 없었다면 오늘 이런 토론이 가능했을까?

그런 점에서 우리사회는 분명 진일보하고 있는 건 맞다.


포를 밀어 올리며 꽃잎을 피우려는 거 맞다.

그렇게 활짝 필 날이 오는 건 순리일 거라 믿는다.

피기 전까지 그런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202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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