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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Apr 14. 2022

키오스크의 세상




*

봄이 가고 있다

거리엔 분홍빛깔 카펫이 뒤덮혀있다.

가다말고 쭈구리고 앉아 사진을 몇 장 찍는다

이 이쁜 걸 아까워 어찌할까

그런 마음이 들지만

세상에 변치 않는 게

영원한 게 어디있다고.. 

집착을 훌훌 털어 버리고

그림으로 한 장 남긴다

2022년 봄은 그렇게 왔다갔다고.


**

나는 당신은 언제까지 새로운 기술을 즐길 수 있을까?


키오스크가 대세가 돼버린 세상이다.


키오스크로 당황했던 첫 기억은 노회찬 의원 돌아가시고 추도식하러 연세대 갔을 때다. 구내 식당에 주문은 오직 키오스크로만. 그때 둘이 가서 덜 창피하긴 했는데 순간 당황했고 우리는 당당하게 뒤에 있는 학생들에게 물어보고 조언을 들으며 주문을 했다. 사실 한글을 안다면 차근차근 읽으면서 시키는데로 하면 문제가 될 건 그닥 없다. 없는 거, 맞나?(지금 생각하니 잘 모르겠... )그렇지만 익숙치 않은 기계를 처음 마주한 데다 뒤에 줄이 길어지면 심리적으로 위축이 된다는 거다.


키오스크는 누구를 위한 장치일까? 1인 가게라면 인건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거대 기업 체인점에 키오스크 설치는 기업주의 이득말고 어떤 편리성이 있을까? 일자리는 부족하다면서 키오스크가 늘어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보면서 때론 얼굴 붉힐 일이 있어도 소통을 하는 게 사람 사는 세상 아닐까? 키오스크로 사람들은 계속 주문을 하고 알바생들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주문으로 바쁘고.. 친절한 알바생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건넬 수 있었던 풍경은 이제 화석이 되는 걸까?


이런 디지털기기 사용에 익숙치 않은 연령층을 상대로 교육을 하는 게 과연 최선일까? 기술은 어쩌면 지금도 업그레이드 하는 중일 수도 있는데..  노인들이 원하는 시간에 기차를 타기 힘들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기계에 익숙한 이들은 역에 오지도 않고 모바일로 예매를 해버리니까 아날로그로 역에 와서 끊으려고 보면 좌석이 거의 없어서 한참 뒤에 있는 기차를 기다린다고...


한국은 초고령화사회로 진입 중에 있다. 누구나 늙는다. 누구나 새로운 기술 습득이 어려울 때가 온다.. 노인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고려가 포함된 기술은 불가능한가?


또 하나,

키오스크도 결국은 폐기물이 될 텐데 그 쓰레기에 대한 대안도 다 마련한 채로 설치를 하고 있는 건가?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폐기물에 대한 고려도 정말 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는 이 글을 읽더니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가 떠오른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제 다니엘 블레이크가 되고 있는 중인 지도..


2017년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고 와서 짧게 쓴 소감도 같이 올려본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한편의 다큐다.
복지사각지대, 힘없는 자들의 스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시스템 속으로 흡수된 무정명사들의 모습이 소름끼치더라는. 

결국 사람 살자고 하는 일들이 왜 그래야하는지. . ?
자본에 농락당한 슬픈 군상, 거기 댄이 있다. 

우리도 또한 무수한 댄 가운데 하나. One of Dans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아닙니다. 

나는 보험번호 숫자도, 화면 속의 점도 아닙니다. 

나는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나는 굽실대지 않고 이웃이 어려우면 기꺼이 도왔습니다. 

자선을 구걸하거나 기대지도 않았습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이에 나는 나의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2017.1.6

                                                                            ==========


202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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