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원형 Apr 15. 2022

컨디션이 바닥을 칠 때


일년 삼백육십오일이 늘 신나기만 하면

그것 또한 병일 것이다

월욜부터 아니 그 전주부터 컨디션이 난조를 보이면서

의욕도 떨어지고 그랬다

오늘은 동네 산책을 하다가 흙을 뚫고 나오는 싹을 봤다.

북쪽이라 그늘진 곳이니 이제야 솟아오르기 시작한 거다.

느낌에 칸나가 아닐까 싶다.

여름하면 붉은 칸나, 그리고 노랑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여름이 다 지나서야 피던가?


이렇게 컨디션이 안 좋을 땐 먹고 싶은 것 먹고 잘 쉬는 게 최고다

먹고 싶은 거라고는 과일 뿐

해서 딸기를 무려 두 팩이나

제철이 아니지만 이제 제철이 돼버린 이 무렵의 딸기

향은 진한데 맛은 생각보다 달지 않다

오늘은 한살림에 갔다가 문득 물만두가 땡겼다.

물만두가 익는 동안 초간장을 만들며 기다렸다.

막상 만두를 하나 집어 물었는데...

고기 냄새가..ㅜㅜ


2019년 8월, 브라질 열대우림이 3주 동안 불 타던 그때 고기를 끊었는데

그 후로 고기는 어쩌다 냄새를 맡기만 해도

속이... 불편하다

점점 고기와는 멀어지는 체질

워낙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만두를 참 좋아했는데

고기를 끊고는 만두가 예전 맛이 아니다

어쩌다 혹시나 싶어 먹어보면

고기 맛이 강해 못 먹곤 한다.

김치로만 만든 만두가 먹고 싶은데

그걸 만들어 먹을만큼 정성은 부족해서 그냥저냥 머릿속으로 상상으로 먹곤한다.

컨디션이 바닥을 칠 때 맛난 음식은

기운을 회복하는데 기폭제가 될 테지만

그저 오늘 하루 배곯지 않을 수 있는 것에도 감사해야겠지.


오늘은 뭘 그릴까 이것저것 이미지를 살피다

해바라기를 그리기로

그리면서 우크라이나 생각도 났지만

내일이면  8주기다...

세월호 노란 리본이 많이 생각났다...

우리는 그래서 얼마나 안전한 사회로 나아갔을까?

나아가고 있긴한 걸까?



2022.4.15



매거진의 이전글 키오스크의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