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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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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Apr 17. 2022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오후에 잠깐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새소리가 나서 올려다봤더니 새 한 마리가 이쪽 나무에서 허공을 가로지르며

반대편 나무로 날아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 목에는 쌍안경이 있으니

그 움직임을 좇았다

휙 날아간 그 녀석은 곤줄박이같았다.

그런데 곤줄박이라 생각하면서도

곤줄박이가 맞는지 긴가민가 확신이 서질 않아 한참 들여다봤다.

집 와서 찾아보니 맞다.

대체 왜 헷갈렸을까 생각해보니

늘 보던 각도와는 달리

굉장히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어  달라보엿기 때문인 듯 했다.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그 대상이 이렇게 생경스레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언제나 친절할 거라 여겼던 어떤 이가 느닷없이 돌변할 때면

참 당혹스럽다

그런데 느닷없다는 것은 내 착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간에도 뭔가 불협화음이 일었겠지만

그걸 눈치 못 챘던 때문에

어느 날 느닷없이 돌변했다고 느낄 따름...

원자를 더 쪼개고 쪼개다보면

쿼크라는 것들이 있다고

그 인지조차 불가한 미시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은 끊임없이 진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단 한 순간도 고정된 실체가 있을 수 없고

그러니 늘 변화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마음을 이해한다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니 애당초 이해를 한다는 것자체는 어불성설이다

그냥 적당하게 이해하고 적당하게 오해하면서

그렇게 관계를 맺는 게 아닌가 싶다


유효기간이 있는 인간관계가 있다

어떤 일로 맺어진 관계는 그 일이 끝나면 자연스레 소원해지다 멀어진다

유효기간이 없는 관계, 그런 관계가 가능할까 싶지만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다가도

어느 순간 불쑥 연락해도

어제처럼 반가울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좋다


처음엔 서로 물을 쉼없이 주고 받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만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만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그런 관계

마종기 시인이 우화의 강에서 노래하던 

그런 관계가 좋다.


오늘의 그림은 곤줄박이가 아닌 오리

뭘 그릴까 그림을 고르다 이 오리가 눈에 들어왔다.

일찍 쉬고 싶은 터라

간단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오리는 약간 심각한 듯 한데..^^

202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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