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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샘 wisefullmoon Aug 04. 2021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준비해라!

직장 존버 수칙 #01

12명 남짓 작은 외국계 기업에서 사원으로 시작해서 억대 연봉을 받는 자리까지 오기를 약 18년. 그동안 수없이 존버를 외치며 파란만장한 직장생활을 해왔다.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고 토익 870점 달랑 들고 입사 지원서를 들이밀었던, 'No Spec'의 내가 어떻게 몸값을 그리 올릴 수 있었을까? 앞으로 하나씩 그 스토리를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지난 5월 말 퇴사를 하고 하루하루 멍 때리며 있는 내 머리에 '놀면 뭐 하니?'라는 TV 프로그램이 스쳐 지나갔다. 마음 한구석에서 "놀면 뭐하니? 네 경험이라도 나누지 그래?"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래서 지금 노트북을 열고 이렇게 타이핑을 하고 있다.


가만히 돌이켜 보니 내가 연봉을 높이기 위해 항상 해온 무언가가 있음을 발견했다.  나는 꾸준히 해왔지만 남들은 하지 않은 '그것'은 무엇일까?


대학교 4학년 때 반학기를 남겨두고 세무공무원을 하겠다며 건물 관리소에서 임대료 관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UN 산하기관인 소규모 외국계 재경팀에 입사를 했다. 그 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상사를 만나 그 회사를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미국 공인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합격 후 바로 연봉 2천을 올리며 나는 이직에 성공했다. 그 후에도 지속 적으로 고성과자로서 매년 적지 않은 연봉 상승 룰을 이끌었고, 늦은 나이 미국으로 건너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도 취업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미국에서도 나는 낮은 연봉을 부르는 다른 유학생들과는 달리 한국에서 받던 연봉 그 이상을 받으며 취업을 했다는 것이다. 출산과 동시에 한국으로 귀국한 나는 다시 국내 외국계 중견회사로 입사를 하게 되었고, 연봉 계약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입사 후 연봉 협상을 통해서 또다시 약 2천만 원의 연봉을 올렸다.(한 번에 2천씩 올리는 연봉협상의 기술에 대하여도 추후 자세히 글을 쓸 예정이다.)


돌이켜 보니, 이 과정에서 내가 항상 해온 것 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입사와 동시에 퇴사 준비"였다.


주니어 때 CFO가 되는 것이 나의 커리어 골이었다. 그래서 소규모 회사에서 인사, 노무, 총무, 예산, 결산, 감사 등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롤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입사 시에 나는 어떻게 해서든 이곳에서 3년을 살아남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왜 3년인가?라고 묻는다면 보통 첫해는 적응 & 이해, 두 번째 해는 첫해 때 몰랐던 것을 알아가며 배운 것을 경험하는 해, 세 번째 해는 이제 무엇인가를 알고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해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3년! 최소 3년은 한 회사에서 존버 하며 퇴사를 준비하라는 것이다.


입사와 동시에 이 회사에서의 3년간의 플랜을 세우는 것이다. 입사 전 구직 공고에서 본 나의 업무 리스트와 입사 후 실제로 하게 되는 업무 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내가 소속한 부서의 업무 또한 여러 개가 있을 것이다. 이것을 모두 리스트업 해서 내 커리어 골에 맞게 해야 할 일 리스트를 만들고 내가 목표한 기간 동안 경력 벽돌 쌓기를 하는 것이다.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위한 이력/경력 벽돌 쌓기!  


주어진 업무 외에도 3년 후 내가 원하는 그 포지션에서 일을 하기 위해 내가 알아야 하는 또는 해야 하는 업무를 3년 동안 주도적으로 끌고 와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How? 내가 쌓아야 할 벽돌은 무엇이고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내가 했던 방법을 크게 2가지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3년 후 내가 가고 싶은 포지션에서 요구하는 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찾아라.


수많은 구직 사이트가 있다. 이 구직 사이트에 가서 원하는 사업군, 기업, 직급, 직종 등 해당 포지션의 구인광고를 확인하면 답이 바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구직사이트 3-4곳을 방문하여 해당 포지션의 업무내용을 확인하라. 내가 쌓아야 할 벽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3년간 채워야 할 업무를 모두 리스트업 하라.


2. 자, 이제 목표한 포지션으로 가기 위해 쌓아야 할 업무 리스트를 정리했으니, 그 업무(이력)를 직접 해볼 기회를 포착하라.

어떻게 그 기회를 잡을까?

 

a. 그 일을 하는 동료의 일을 도와주기

b. 관련 프로젝트 서포터로 지원하기

c.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없다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해서 프로젝트를 리드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d. 업무분장 시 그 일을 하기 싫어하는 동료나 상사의 업무를 받아오기

e. 상사에게 내가 쌓아야 할 업무에 대해서 평소 끊임없이 질문하고 관심을 보이기(보통 상사들은 이왕 일을 맡길 것이면 관심을 보고이고, 하고 싶어 하는 팀원에게 그 기회를 준다.)


위에서 말한 방법 중 2-3가지만이라도 실행해보라. 내가 쌓아야 할 그 일(경력)들이 결국 나에게 오게 되어있고, 어느 순간 그 일을 손에 쥐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딱 3년간 지금의 포지션에서 나만의 벽돌을 잘 쌓아 보자.


주식이나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스스로가 나갈 시기를 즉, 수익실현시기(우리의 경우 필요 경력이 충족되고 연봉 인상이 예측되는 시기)를 지속적으로 가늠하면서 벽돌 쌓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타이밍이 오면 망설임 없이 exit 하는 것이다.


그래서 커리어 골은 반드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 파란색 벽돌이 필요한지, 빨간색 벽돌이 필요한지, 또는 검은색 벽돌을 빼고 그 자리를 흰색 벽돌로 채울지를 시기별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가 있다.


나는 이 정도의 규모의 회사에서 앞으로 몇 년간 어떤 업무를 맡아서 언제쯤 나가야겠다는 계획이 세워진 입사자와, 그저 '나는 이곳에 가능한 오래 다녀야지 or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해야지.'라고 아무 생각 없이 입사를 한 사람과는 3년 후 서있는 자리가 다를 것이다. 연봉도 다를 것이다. 5년 후는 더더욱 그 차이가 벌어져 있을 것이다.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나와 같은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급여가 낮은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대개 그런 분들은 한 회사에서 장기근속을 하셨거나, 한 업무만 오랜 세월 하신 분들이 많았다. 이러한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커리어 골을 향해 달리고 몸값을 높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전략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경력 10년을 채우기까지는 나와 같은 전략으로 달리고, 그 후는 본인의 가치관이나,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그 방향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나는 올해 5월까지도 커리어와 연봉 욕심에 열심히 달려왔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고민 끝에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휴식"이라는 벽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퇴사를 선택했다. 지금 나는 나 자신에게 '안식 기간'이라는 예쁜 무지갯빛 벽돌을 선물로 주었다.


18년을 18(일팔)... 18(일팔)... 하며 힘들게 존버 하며 달려왔으니 나는 좀 셔도 된다고 본다. 이런 나를 한심하거나 걱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꽤 있다.


"그 연봉을 포기하고 어떻게 쉬냐?"

"네가 배가 불렀구나,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을 때 벌어야지."

"이 시국에 너 지금 실수를 하고 있는 거야!" 등 나무람과 걱정 어린 조언들을 마구 던져 주신다.


하지만, 여기서 나의 안식은 나에게 '입사'와도 같다. 내가 선택한 이 안식은 앞으로 내가 더 오랫동안 내 커리어 골을 향해 더 잘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벽돌이다.  


나는 '안식'이라는 기업에 입사했고, 안식으로부터 퇴사하는 시점도 내 일정표에 이미 정해져 있다. 나는 나의 성공적인 커리어 패스를 위한 또 다른 벽돌 쌓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직장인 후배들에게 꼭 당부할 말이 있다.


"커리어 Goal은 반드시 구체적으로 기간을 정해두고 단계별로 세워라! 그리고 퇴사 시의 나의 모습과 상태를 가능하면 자세히 그려 보라!"


나의 직장 후배들에게 항상 해주었던 이 말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준비해라"가  이 글을 읽는 모든 직장인 후배님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는 잘~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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