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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샘 wisefullmoon Aug 08. 2021

구조조정 대상 1위, 외국인인 나 존버#02

해외취업 미국 직장생활 존버 스토리

[해외취업 미국 직장생활 #1]에 이어서...

인사부 매니저: "You were on the list(너, 해고 리스트에 있었어). 그 리스트는 CEO, Finance director, 그리고 HR 부서장인 나에게만 공유됐었어. 컨피덴셜 이슈로 지금 이렇게 너에게 말해주는 것도 사실 안되지만 난 네가 알고 있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에 리스크 감수하고 말해주는 거야. 나는 네가 지금 여기 남아 있어서 정말 기쁜 사람 중에 한 사람이야."

라고 말을 시작했다.


분명히 오리지널 리스트에는 규정(1 순위 대상자: 입사일이 제일 최근 인자, 2순위 대상자: 비자 지원 등 불필요한 코스트가 필요한 외국인 근로자, 3. 성과 저조자, 등.. 구조조정 기준이 적혀있음)에따라 내가 1순위로 리스트에 올라와 있었다고 했다. (내 이후로 신규 입사자는 없었고, 당시 미국 현지 법인에서는 내가 유일한 H1 visa(working visa 스폰이 필요한) 외국인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구조조정 대상자 최종 리스트 확정 바로 당일에 내 이름이 지워졌다고 했다. 인사부 부서장도 굉장히 놀랐다고 했다.

HR부서장(여자임ㅋ)과는 마음을 나눌 만큼 친했던 터라,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대표이사는 애초부터 제일 최근에 입사한 나, 불필요한 비용이 들어가는 외국인 근로자인 나를 제일 먼저 리스트에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고맙게도 나의 boss였던 CFO가 엄청난 노력과 설득으로 나를 대상자에서 지웠다고 한다.

몇 날 며칠을 "wisefullmoon(달샘)은 여기 이곳에 남아있어야 한다. 그녀를 keep 해야 한다."라고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고집쟁이 CEO를 결국 설득하여 라스트 미닛에 드라마틱하게 나를 제외시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인사부장은 말을 덧붙였다.

너는 언제나 누가 보거나 안 보거나, 항상 같다. 변함없이 열심히 일한다.

너는 어떤 상황이 와도 너에게 주어진 일을 정해진 기한 안에 반드시 딜리버리 한다.

너는 항상 밝게 웃으며 적극적이다.

이점이 CFO가 너를 잃지 않고 keep 한 주요 이유다.

CFO가 CEO와 언쟁을 벌이고 자신의 포지션의 위험을 감소하면서 까지 널 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꼭 알고 있어야(SHOULD를 썼던 것 같다.^^;;)한다며 말을 해주었다.

지나고 나서보니, 사람들이 잘려 나가면서도 나는 끝까지 주어진 업무량을 소화 내려고 노력했고, 화가 나고 억울해도 항상 웃으며 평소와 마찬가지로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임했다. 구조조정 대상자가 될지언정... 나는 그저 내일을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한 게 다다.

만약 내가, 설레발을 쳐서, 어차피 잘릴 것이니, 더 이상 업무를 받지 않았거나, 근태를 잘 지키지 않았거나,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평소와 다른 태도를 취했더라면, 나는 여전히 그 리스트에 있었을 것이고, 미국에서의 4년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깨달은 것이 있다. 상황이 불리하거나 마음에 안 든다고, 나의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신의 성실의무를 접지 말자라는 것이다. 어디에 있던, 속한 조직 내에서는 항상 일관되게 주어진 나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누가 보든 안보든, 누가 시키든 안 시키든 각자 자신이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이다. 그것이 쌓여서 '신뢰'리는 것이 되는 것이고, 이 신뢰가 나, 정 달샘의 커리어를 더 당당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휴직 또는 퇴사 당일 야근을 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ㅎㅎㅎ

자기 자신에게 당당한 것이야 말로, 진정한 당당함이 아닐까 한다. 이 일이 지나고 나니, 힘들어도, 지쳐도, 그저 열심히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맞게 일을 하는 것이 결국 더 큰 열매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조 조정 경험은 나로 하여금 향후 내가 어떤 태도로, 어떤 생각으로 조직에서 나의 롤을 지키고 행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세우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되었고, '신뢰'라는 것은 한번 형성되기도 어렵지만, 한번 형성된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은 불가능도 가능하게 해 준 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저 신의성실의무를 다하고, 본인이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며, 이왕 해야 하는 자신의 업무를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내일 잘려도 내일 퇴사를 해도, 오늘의 내일은, 내가 맡은 일은, 나손에서 나가는 결과물은, 내 스스로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끝내는 것이다.

이것이 나를 그 살얼음 미국 현지 회사에서도, 인정받으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두서없이 써 내려간 나의 경험담을 통해서 오늘도 한 사람이라도 뭔가를 얻어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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