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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즈허브 Nov 13. 2020

불판 위에서 삶을 보다

오늘은 금요일, 불금 그리고 연말이다. 

이제 슬슬 여기저기서 송년회, 망년회 하자는 이야기들이 들려올 때이다. 

송년회(送年會)는 지난해를 보내며 반성하는 자세를 가진다는 뜻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망년회(忘年會)는 지난해의 온갖 수고로웠던 일들을 잊어버리자는 뜻인데요, 이는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니 '송년회'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개인적으로 11월부터는 하는 모임이 송년회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코로나 19 여파로 예년보다 덜 모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음주가무 여흥을 좋아하는데 연말만큼 그 정당성이 보장되는 때도 없으니 모일 것이다. 


송년회가 예전처럼  1차부터 죽어라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경우도 많이 줄고 

다른 방식으로 지나가는 한해를 추억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송년회는 먹고 마시는 게 아직은 주류일 듯하다.


그럼 뭘 먹을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스타일로는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이 있을 것이고 

식재료로는 육류, 수산물로 구분될 것이다. 


아마 제일 무난해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것이  고기를 굽는 것일 거다. 

한때 고기를 많이 먹을 때는 1차에 돼지고기를 먹고  2차에 소고기를 먹고 3차에 닭고기를 먹었던 때도 있었다. (물론 그때는 닭은 고기 취급을 안 할 때였다.) 


이때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소리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잘 달궈진 불판 위에 두툼한 고깃덩어리를 올리면 나는   치이~~~ 익 하는  소리"라고 했다.


지금부터 고기 먹으면서 얻은 나름의 깨달음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1. 모든 고기는 Give and Take이다. 

 세상에 공짜 고기는 없다. 소고기를 사주는 사람은 무엇인가 바라는 것이 있고(접대), 돼지고기를 사는 사람은 나와 같이 놀아달라는 것이며, 닭고기를 사는 사람은 헤어짐이 아쉬워 한잔 더 하자는 무언의 표시이다. 

특히, 소고기 사주는 사람은 조심하자


2. 고기마다 어울리는 술과 불판이 있다.

 같은 소고기도 부위마다 맞는 불판이 있고, 고기의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술이 있듯 사람 관계도 그런 듯하다.

나와 맞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나와 맞지 않으면 고기 먹고 탈 나듯  탈이 난다.


3. 고기마다 부위마다 먹어야 할 때가 다르다.

  살짝 익혀 먹어야 하는 부위,  푹 익혀야 하는 부위 등 먹어야 할 때가 다르듯 살면서 해야 하는 일도 다 때가 있는 듯하다.


4. 같은 소고기도  요리법에 따라 다르다.

 개인적으로 아래 순서대로 소고기의  맛과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좌에서 우)

 날 것(육사시미, 육회)-구운 것(직화)-구운 것(불판)-구운 것(양념)-삶은 것(수육, 찜)-물에 빠진 것(국, 탕)-그 외

기타 육류도 이에 준하는 듯


5. 맛있는 고기를 먹으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길게는 고깃집에 도축한 소가 들어오는 날, 고기가 숙성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짧게는 불판이 잘 달궈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6.  미국 소도 미국에서 먹으면 한우다.


7. 세상 제일 맛있는 고기는?

  남이 법카로 낮에 사주는 소고기이다.  


8. 고기 사 주는 사람의 시간과 장소에 맞춰 주는 것이 얻어먹는 자의 예의다.

맛있게 먹고 음식 맛에 대해 평 하지 않은 것은 얻어먹는 자의 기본 중의 기본.(조류는 상호 협의 가능)


9. 집게를 든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자.

 본인 먹을 시간 쪼개서 집게를 들고 굽는 자에게  잔소리하지 말자. 굽는 방법이 맘에 안 들면 직접 구우 시라.


10. 마지막 남은 한 조각 고기는 돈 내는 사람에게 권하자,  그분이 거절하면 구운자 혹은 막내에게 먹여라.

돈 낸 사람은 자본을 투여했으니까, 구운 자는 노동을 했으니까, 막내는 이런저런 심부름 및 감정 노동을 했을 테니까. 한 점이라도 더 먹는 게 맞다.


송년회, 망년회라고 정신줄 놓고 마시다 보면  내년 송년회에 못 만날 수도 있고, 술 많이 마시고 망하는 사람도 많으니 적당히...


#송년회 #망년회 #소고기 #돼지고기 #숯불 #회식 #모임 #불금 #마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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