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하면 떠오르는 술. 불멸의 명작을 남기게도 하였고, 파멸로도 이끌었던 술.
이 책은 그런 술의 종류와 기원, 역사, 뒷얘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인류의 역사와 길이를 같이하는, 어쩌면 인류보다 이 세상에 먼저 존재하였던 술.
우연히 발견된 술을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기술로 재현하고자 하면서 발전되어 온 술.
지구상의 많은 나라와 민족만큼 다양한 술.
초기의 술은 제사를 주관하는 제사장, 수도원, 종교인 등이 만들고 전수해왔다. 그 당시에는 이 계층들이 제일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계급이기도 했겠지만 술의 힘을 빌리면 신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고 믿지 않았을까? 그래서 많은 술의 종류 와 이름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생명과 영혼에 관련되어 있기도 하고 약으로 취급받기도 하였다.
초기 술 이름의 어원이 생명수에서 비롯된 경우들이 많은데 그 생명수를 많이 마시면 죽음에 이르기도 하니 아이러니를 통해 과유불급을 가르치려는 신의 뜻인 것 같기도 하고 초기 술의 발전을 주도했던 종교들이 현재는 금주를 교리로 내세우는 경우도 많다는 것도 아이러니이다.
특히 대량 양조의 시발점이 된 증류기의 발명도 현재 술을 엄격히 금지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술로 인해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기도 하고
어떤 술은 가슴 아픈 식민 지배의 상처를 담고 있기도 하고
어떤 술은 지배층들의 식도락을 위해 발명되기도 하고
어떤 술은 문명의 결합으로 생기고, 반대로 없어지기도 하고
술이 문화를 지배하기도 하지만 문화가 술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맛있는 술이 맛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이런 알쓸신잡류의 내용을 많이 알고 있으면 술 마시는 운치가 조금 더 해지지 않을까 한다. 이 역시 과하면 설명 중 소리 듣겠지만.
이 책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작가기 일본인이라서 색안경을 끼고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서양 편향의 술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술을 뺀 건 그렇다 쳐도 중국 술에 관한 이야기도 너무 간략하게 다루어지는 게 아쉽다.
주선 이태백을 보유한 국가인데.
적당한 음주는 기분도 좋게 하고 인간관계도 윤택하게 하지만 생명수를 지나치게 음용하여 요단강 건너편에 있는 조상님의 손을 잡고 건너는 일은 없도록 조심하자. 특히 코로나19시대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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