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출근을 하면 제일 먼저 아침을 챙겨 드려야 한다. 그러고 나서 온라인 수업 세팅을 마치고 나면
보는 듯 안 보는 듯 수업 참가도를 살펴야 한다.
그래도 EBS 온라인 강의는 신경이 덜 쓰인다. 1학년 과정 다음 방송이 2학년을 위한 수업인데
보겠다고 한다. 보라고 하고 나서 중간중간 봤더니 꽤 열심히 한다. 선행 학습을 시켜야 하는 고민은 잠깐,
열심히 하길래 알아듣는 줄 알았는데 역시나 모른다. 그래도 알게 모르게 지금 하는 공부에 동기부여는 되었으리나 믿으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담임선생님이 진행하는 줌 수업으로 넘어간다.
수업 중간에 아이가 애타게 선생님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으시길래 약간 의아심과 함께 마음이 상할라는 찰나 다시 한번 보았더니 노트북이 오래되어 그런지 마이크가 작동을 안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이어폰을 연결해 주고 나니 원활한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수업이 끝나고 나니 흡사 대학원 다닐 때 지도교수님 수업을 3시간쯤 듣고 난 피로감이 몰려왔다.
점심을 먹고 졸음도 깰 겸 한강 고수부지로 살짝 산책을 다녀왔다.
요즘 사무실에 후배가 나와서 일을 보고 있는데, 아들도 어려서부터 봤던 삼촌이라 친하게 잘 지낸다.
다만,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마스크는 쓰고 사무실에 같이 지내고 있는데
아들이 나에게 물어봤다.
"아빠! 언제쯤 마스크를 벗게 될까?"
"그건 아무도 모르지"
"삼촌은 알 거 같은데"
"삼촌이 어떻게 알아?"
"삼촌이 언제 갈지는 삼촌 마음이니까 삼촌이 알지"
이게 뭔 소린가 싶었는데 삼촌이 가면 나랑 둘이 있을 때는 마스크를 벗고 있어도 되니 삼촌 언제 가요 하는 소리였던 것이다.
ㅋㅋㅋㅋㅋ 후배와 실컷 웃고 나서 후배는 미팅이 있어 들어가고 나니
이 아이도 힘이 들었던지 잠이 들었다.
고등학생쯤은 되어야 나오는 편안한 자세로 잠이 드셨다. 그러다 중간에 깨서 불편해하시길래
자리를 펴 드렸다.
요즘 아이들도 사는 게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측은했지만, 몇 시간 만에 평화로운 시간을 맞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수고 많았어 인턴. 내일은 재택근무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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