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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잘졔잘 Dec 09. 2019

2. 가장 친한 친구라며?

너희는 우주를 공유해야 하기에

정작 아이들이 안쓰러운 건 다른 부분이다. 이 아이들은 하필이면 같은 해, 같은 날, 같은 사람의 몸에서 태어나는 바람에 한 집에서 살게 됐다. 혼자였으면 이 거실을 넓게 쓰고 뛰어다녔을텐데, 혼자였으면 이 집의 모든 장난감이 다 너의 것이었을텐데, 혼자였다면 정말 뭇사람들이 함부로 내뱉듯 엄마든 아빠든 모든 어른의 품이 너의 것이었을텐데. 


생후 952일. 아이들은 지겹게 싸운다. 매일 아침 꺄르륵 웃으며 눈을 뜨지만 돌연 5분도 되지 않아 돌아보면 장난감 하나를 둘이 부여 잡고 오열하고 있다. 싸우는 이유는 늘 같다. 룰루가 갖고 있는 물건을 2호가 뺏거나 혹은 반대의 경우다. 재미있는 건 집에는 늘 똑같은 장난감이 두 개씩 있는 사실이다. 같은 장난감이 있어도 두 아이는 서로 상대방의 장난감을 갖겠다고 울거나, 싸운다. 요즘은 울기만 하지 않고 가끔은 어른들처럼 때리고 몸싸움을 하기도 한다. 


처음 얼마간은 아이들의 싸움이 큰 고민거리였다. 혼자 태어났다면 애초에 집에서 장난감 등의 물건을 두고 또래의 다른 아기와 다툴 일도 없다. 그 아기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어른일테니. 아이는 만질 수 없는 것(전기 등 위험한 물건)과 만질 수 없는 것(그 외 모든 것)만 구분하면 된다. 하지만 거의 유사한 발달 속도를 겪고 있는 두 명의 아이가 한 집에 살고 있을땐 얘기가 조금 다른 게 사실이다.  손에 무언가를 쥐고 싶어하는 시기인데 두 아이를 붙여 놓으면 눈에 보이는 걸 동시에 잡기 일쑤다. 물건이 하나일 때는 다른 아이가 잡은 걸 뺏어서라도 잡고 싶어하는 게 본능이라고 한다. 


때문에 어린이집 선생님과 다른 육아 관련 전문가들에게 이런 부분에 대해 물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이 "물건을 두고 싸울 때는 아예 물건을 치우고 두 아이를 분리시켜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건을 서로 갖겠다고 쥐고 잡아당기고 있는데 그걸 뺏는 게 물리적으로 힘들고(갓난아기의 힘은 어마어마하게 세다), 또 본능적으로 손에 쥐었다는데 그걸 그냥 이렇게 막무가내로 뺏어도 되나 싶다. 마음에 상처를 입는 건 아닐까. 그리고 두 아이를 분리해봤자 0.5초 내에 다시 우다다다 하며 상대에게 다가가기 때문에 분리는 무의미하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그래서 기관에도 장난감이 늘 두세 개 씩 있는 것'이라며  물건은 두 개씩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런데 좁은 집에 장난감을 어떻게 무엇이든 두 개씩 놓는단 말인가. 그렇게 모든 욕구를 다 충족시켜주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있다. 


그냥 싸우는 걸 받아들이고 계속 지켜보다 싸우려고 할 때 서둘러 다른 물건을 쥐어주는 게 우리 집의 룰이다. 가끔 물건을 빼앗기고 화가 나면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거나 물어뜯기도 한다. 그러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이건 진짜 외동딸, 외아들이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니까. 


육아가 적성에 맞지 않는 나에게 이런 감정의 헤아림은 참으로 중노동이다. 가끔은 내 몸을 반으로 나누고 싶어진다. 주어진 시간은 남들과 똑같은데 같은 시간에 해야 할 노동의 강도가 두 배가 되니, 차라리 몸을 나누는 게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을까. 


이런 궤변에 가까운 논리로 스스로를 합리화 하는 나도 아이들에게는 '엄마'다. 출근하고 돌아오면 '이 아이가 혹시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싶을 정도로 칭얼거리면서도 몸은 산낙지처럼 나에게 딱 달라붙어 있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나의 인생이구나, 내가 이 아이의 우주구나, 라는 생각을 할 때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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