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같은 엄마지만
난 개떡같은 엄마다. 이유식을 먹을 때 고작 13개월짜리 아이가 밥그릇에 손을 집어넣어 식탁과 바닥을 난장판으로 만들면 얼굴을 붉힌다. 부글부글 소리가 들릴 정도로 씩씩 거리고 가끔은 '아! 좀!'이라며 소리를 치기도 한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러 가서는 한숨을 쉰다. 왜 그랬을까.
아이에게 너무 미안할 때는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못하겠다. '화내고 잘해주고'를 반복하는 건 마치 데이트폭력처럼 느껴진다. 때리고 사랑해주고, 때리고 사랑해주고. 아이를 때린 건 아니지만 말도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엄한 음성과 굳은 얼굴은 폭행과 같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내 감정조절이 쉽지 않다.
화나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목욕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고 있는데 다른 한 명이 화장실로 기어들어간다. 그러면 나는 서둘러 화장실 문을 닫는다. 화장실 진입이 저지된 아이는 문을 두드리며 통곡한다. 그 동안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이미 목욕한 아이'는 하반신을 탈의한 채 저만치 도망가 있다. 한 명을 붙들러 가고 다른 한 명을 발로 저지하면서 옷을 갈아입히는 건 너무나 괴팍해 스스로 내 모습이 짠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라고 말하는 엄마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닌 듯하다.
배가 고프다며 연신 '맘마, 맘마' 거리고 돌아다녀 분유를 주면 반도 먹지 않고 내동댕이 칠 때 분놀 심장이 두근거린다. 분유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이거밖에 안 먹으면 이만큼밖에 몸무게가 늘지 않을텐데' 하는 조바심 때문이다. 안으면 내리라고 울고 내려놓으면 안아달라고 우는 행위를 하루종일 반복하며 '애앵 애앵' 하는 소리를 낼 때는 귀마개를 하고 싶다. 들리지 않으면 짜증이 덜 날테니까. 나는 이렇게나 개떡같은 엄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온종일 나에게 산낙지처럼 붙어있다. 이쯤되면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나보다, 내 엄마가 아닌가보다'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많은 어른 중에 나를 골라 나에게 다가와 나에게만 붙어 있는다. 하루종일 웃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주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있어도 아이들의 '원픽'은 나다.
그럴 땐 일단은 고맙다. 이런 개떡같은 나도 조건없이 사랑받는구나. 두 아이가 양쪽 팔에 산낙지처럼 달라붙어 있는 느낌은 늘 좋다. 한 번도 귀찮은 적이 없다. 접착제라도 발라서 이렇게 붙은 채로 돌아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건 진심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이게 좋은 현상인걸까. 내가 잘 해주지 않으니 불안하고 자존감이 낮아져 더 나에게 집착하는 건 아닐까? 이건 다 망할 애착육아 때문이다. 애착육아 어쩌고 하는 책들을 읽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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