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졔잘졔잘 Dec 10. 2019

4. 내 새끼는 안 먹어 파

엄마의 저주는 현실이 됐다

이럴 수가. 엄마의 저주는 현실이 됐다. 

"꼭 너 같은 딸을 낳아라."


그렇다. 나는 나 같은 딸을 낳았다. 나는 아주 못된 습관이 있는데 밥을 꼭 두 숟가락 정도를 남긴다. 이상하게 그 정도 먹으면 배가 부르다. 근데 중요한 건 하루에 이렇게 조금씩 아주 여러 번 먹는다. 성인이 된 후에야 내 밥을 내가 챙겨 먹으니 상관없지만 엄마 말에 따르면 나는 정말 '지긋지긋하게' 안 먹는 아이였다. 나는 정말 먹기 싫어서 밥을 입에 가득 넣고 밥물이 뚝뚝 떨어지도록 놀이터로 도망갔고, 엄마는 어떻게든 나를 먹이려고 따라왔다고 한다. 그리고 2019년 현재 우리 집에 그런 딸이 두 명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안 먹는 애들인지 몰랐다. 쌍둥이라 단유를 빨리 하고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을 때 한 번에 50ml씩 3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하면서 분유를 원샷할 때마다 신기해했다. 어떻게 이렇게 안 남기고 다 먹지? 생후 3개월, 4개월이 될 때까지 아이들의 분유 양은 한 번에 100ml를 넘기지 못했고 나는 그래도 양이 꾸준히 늘고 있으니 별로 문제의식이 없었다. 그러다 아이들의 분유 정체기가 왔다. 정체기도 보통 정체기가 아니다. 두 모금 정도 먹고 고개를 휙 돌려 버리는, 단식 투쟁 수준의 정체기가 왔다. 하루에 먹는 분유 총량이 너무 적으니 이래도 괜찮은 건가 싶어 맘 카페에 검색을 해 보다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4개월 분유량'이라고 검색하자 한 번에 150ml를 먹는데 너무 적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글이 눈에 띄었다. 응? 저렇게 많이 먹는다고? 아기가? 배가 터지는 거 아니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검색을 이어가면서 점점 절망에 빠졌다. 200ml를 넘게 먹는 아기들이 너무 많았다. 100ml 이하로 먹는 아이는 장염에 걸린 아이뿐이었다. 


혹시 아이들이 배가 고픈데 내가 너무 적게 주고 있었던 걸까?

걱정이 되는 마음에 그 날부터 분유를 200ml씩 타서 가져갔다. 하지만 늘 100ml를 넘기지 못했고 분유를 절반씩 버리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아 뭐지..??


그때부터 '안 먹어 파' 아이들과 나의 전쟁이 시작된 듯하다.  안 먹어 파 아이들은 정말 위가 손톱만 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조금 먹었다. 조금씩, 자주 먹었고 먹는 양은 계속 소량씩 늘었다. 어느 정도 시점이 되면 수유 횟수가 4~5회로 줄어야 하는데 나는 아이들이 생후 7개월이 될 때 까지도 수유를 여섯 번 이상 하고 있었다. 이유식이 시작됐을 때는 탄수화물로 배가 더부룩해진 아이들이 분유를 아예 50ml밖에 먹지 않아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었다. 한 번 먹을 때 분유를 너무 많이 남기니 '먹어' '먹어' '더 먹어'를 하면서 씨름을 했고,  그러다 보면 1회 수유 시간이 늘어졌다. 가능하면 30분이 넘어가면 수유를 중단하고 버리고 다음 수유를 기다리려고 했지만 아이가 너무 적게 먹으면 엄마 마음이 그렇게 단호해지지 못한다. 그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억지로 먹게 하다가 결국 나까지 울어버리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애 밥 먹이는 문제로 우울증이 왔다. 


<임산부의 사진첩> 브런치북을 보시려면

https://brunch.co.kr/brunchbook/painfulpreg


<하필내게쌍둥이가생겼다> 에세이 구매 링크를 보시려면

https://brunch.co.kr/publish/book/1871

 
  

#육아 #육아에세이 #육아일기 #쌍둥이육아 #쌍둥이임신 #쌍둥이에세이 #하필내게쌍둥이가생겼다 #수유 








매거진의 이전글 3. 산낙지같은 아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