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는 하위 1%
소아과에 가면 아이들의 키, 몸무게, 머리둘레 등을 잰다. 그리고 의사는 세계 보건기구에서 제시하는 월령에 따른 평균 몸무게를 기준으로 백분율을 확인한다. 숫자가 클수록 아이가 '상위권'이라는 의미다.
-이 아기는 하위 2%고요, 저 아기는 아직 백분율 수치에 들어오지 못하네요
아직도 처음 소아과에 간 날 의사의 그 심드렁한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때 조급했어야 했다. 백분율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고 그래서 '애초에 작게 태어나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한 아이는 1.9kg, 다른 한 아이는 2.4Kg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생후 2~3개월까지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불안한 마음도 없었다. 소아과 의사는 병원에 갈 때마다 나에게 '왜 이렇게 작냐'라고 물어봤지만 먹는 게 오직 분유뿐인데 그걸 안 먹으니 작을 수밖에 없고 그걸 안 먹는 애들에게 뭘 해줘야 하는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최소한 영양제라도 추천해줬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러다 결정적으로 동네 쌍둥이 엄마로부터 '옷 선물'을 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 이 아이들은 룰루랄라보다 한 달 늦게 태어난 쌍둥이인데 잘 먹어서 또래보다 훨씬 컸다. 그래서 옷이 맞지 않아 나에게 물려줬는데 우리 아이들이 입기엔 옷이 컸다. 그때까지도 어디서도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옷을 살 수가 없었는데 가장 작은 사이즈도 너무 컸다. 그래서 그런 옷을 사서 접어 입히곤 했는데 우리 아이들보다 늦게 태어난 아이들이 이렇게 큰 옷을 입는다니, 정신이 약간 휘청였다.
더 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에 조급해졌다. 밥을 안 먹는 아이를 둔 엄마들이 모인 카페에 가입했다. 어떤 방식으로 먹여야 하는지, 살이 잘 찌는 분유는 뭔지 이것저것 찾아 시도했다. 그때 조사한 반에 따르면 4시간 간격으로 먹이되 분유를 다 먹지 않아도 시간을 꼭 지켜야 한다. 한 번 먹일 때는 20분을 넘기지 말자. 분유 중에는 '코알라 분유'가 살이 많이 찌고 국내 분유가 단 맛이 나 좀 더 아이들이 잘 먹는다고 한다. 배운 대로 실천한 결과 아이들은 분유를 반 밖에 먹지 않고도 4시간을 잘만 버텼고 4시간 뒤에 다시 분유를 먹일 때는 또 반 밖에 먹지 않았다. 전혀 배가 고프지 않은 아이들 같았다. 단 맛이 난다는 국내 분유는 먹지 않았다. 처음 먹고 있던 오스트리아 산 값비싼 H 분유만 고집했다. 내 딸들은 비싼 분유를 반만 먹고 버리는 '고급 레스토랑 스타일'의 입맛을 갖고 있었다.
이러다 발달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나중에 학교에 들어갔을 때 제일 작은 아이 1번, 2번을 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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