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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잘졔잘 Mar 30. 2020

3. 애착육아는 불가능하다

쌍둥이 엄마의 출근 준비(3)

사실 처음 베이비시터와 아이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할 때부터 나는 '애착육아'를 포기했다. 애착육아는 아이가 18개월이 될 때까지는, 고정된 양육자가 아이의 마음을 안정적으로 보살펴줘야 한다는 내용인데 사실 고정된 양육자가 꼭 엄마일 필요는 없고, 아빠든 할머니든 누구든 할 수 있다.


15개월쯤 되면 아이의 요구 사항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일면 '재접 근기'라고 하는 시기가 오는 것. 아이는 태어나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상의 이것저것을 관찰한 후 이 시기가 되면 독립을 준비한다고 한다. 본인이 독립된 자아임을 깨닫게 되는 것. 그건 몹시 두려운 일이다. 마치 성인이 연애를 하다 헤어지려 할 때 홀로 됨이 두려워 헤어지지 못하듯 아이 역시 이 시기에는 더욱 양육자에게 매달리고 집착한다. 각종 육아책은 이 재접 근기를 나 혼자 나아가야 하는 세상에 지지자가 있음을 확인하려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쌍둥이나 연년생 등 나이차가 거의 나지 않는 아이들을 육아하는 가정에서 이 재접근기는 '지옥'이다. 룰루랄라의 경우 주양육자는 나다. 그간 내가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들을 돌봐 왔기에 아이들은 곁에 누가 있어도 나에게만 매달린다. 두 아이가 동시에 안아달라고 하는 상황은 예전처럼 '어깨가 아프다'로 끝나는 수준이 아니다. 부모는 이제 두 아이 중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고, 그중 선택받지 못한 아이의 슬픈 표정까지 살펴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사실 이 지점에서 나는 몇 가지 실수를 했다. 두 아이가 함께 안아달라고 내게 다가올 때 룰루는 종종 포기한다. 랄라가 더 큰 소리로 울고 더 과격하게 다리를 붙들고 매달리기 때문에 몇 번 시도하다 다른 장난감을 만진다. 어른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룰루가 순하다'라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재접근기에 들어서 룰루는 전에 없이 보채기 시작했다. 나와 눈이 맞는 순간부터는 무조건 안아달라고 팔을 벌리고 달려왔고, 내가 랄라를 안고 있을 때는 가만있지만 랄라를 내려놓으면 어떻게 알고 바로 달려와 또다시 파고들었다.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랄라를 내려놓는 때를.


한 번은 랄라를 안고 있는데 자꾸 룰루가 이 쪽을 한 번씩 쳐다본다는 느낌을 받았고, 랄라를 내려놓자 룰루가 환하게 웃으며 내게 왔다. 마음이 아팠다. 이 작은 아이가 기다림이란 걸 벌써 알아도 되는 걸까? 아니, 알아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하던 나는 어디로 간 걸까. 기다림을 먼저 배우고, 먼저 철든 아이로 키우고 싶었던 '쿨한 엄마'였던 나는 어디로 가고 쓸데없이 이리도 마음 아파하는 걸까. 나는 아이들의 변화 때문에 힘들고 지쳤고, 그로 인한 내 마음가짐이 과거처럼 '쿨하지 못한' 것에도 화가 났다.


양가 부모님은 하루씩 교대로 육아를 도와주러 오셨다. 아이들은 안겨있고 싶어 했다. 그리고 놀아줘야 했고, 관심을 보여주고 반응해줘야 했다. 먹이고 재우는 일이 얼마나 쉬운 일이었나... 깨달음의 시간이 도래했다. 나에게는 베이비시터, 육아 보조자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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