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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잘졔잘 Jan 21. 2022

5. 중환자실에서 죽으면 울 수가 없다


병원에서는 가족들을 한 명씩 면회실에 들여보내 인사하도록 했다. 제일 먼저 들어가 한 3년 만에, 그러니까 결혼식장에 아빠 손을 잡고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아빠 손을 잡았다. 손이 다 말라 비틀어져있었다. 사실 엄마나 동생 앞에서는 거의 울지 않았다. 그들처럼 아빠에게 뭘 해준 게 없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꺼이꺼이 슬프다며 울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손을 보니 힘이 빠졌다. 3년이 지난 아직도 그 중환자실에서 나 혼자 검정색 패딩을 입고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었던 그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후 한 명씩 인사를 하고 운명 절차를 진행했다.


드라마에서 보듯 그대로였다.

의사는 말했다. 000씨, 0월 0일 00시 00분 사망하셨습니다.

엄마와 동생, 아빠의 친구분, 친지들이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다. 한 10초 울었다.

그러자 간호사가 달려와 커튼을 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긴 중환자실이라서 다른 환자들이 진정이 안될 수 있으니 조금 자제해주세요.


네?

아 맞는 말이네. 다른 환자들도 죽을지 말지 어찌될지 모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아니 근데 왜 여기서 하는거야? 드라마처럼 개인 병실에서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원래 여기서 하는 건데 내가 몰랐던 건가? 아니면 개인 병실로옮기는 절차가 있는데 우리가 빼먹은 걸까? 왜 울지도 못하는거지?


라고 생각하며 분노했지만 역시나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다. 빨리 이 병원을 벗어나고 싶었으니까.


장례식을 하기 위해 아버지를 버스에 실었다…서울에 있는 병원 장례식장에 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곳으로 이동했다. 죽는 게 참 이상했다. 조금만 슬퍼하려고하면 누군가가 나타나 서류를 들이밀었다. 이 서류에 사인하세요. 저 서류에 사인하세요. 장례식장을 정해야 옮길 수 있어요 빨리 정하세요. 울 틈도 없이 이 병원, 저 병원에 전화해 장례식장을 정하고 또 사인을 하고… 그리고 비로소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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