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옆 호텔노드 오타루
비행기를 정한 후에는 묵을 곳을 찾았습니다. 우리의 여행 스타일은 다른 듯 같습니다. 해외여행을 가서 굳이 하루에 여러 곳을 발바닥 닳게 돌아다니지는 않습니다. '걷다가 쉬다가 보다가' '마시고 웃고 떠들고'의 반복입니다. 모두 그렇겠지만요. 유럽처럼 '볼 것'이 많은 곳에 가서도 굳이 다 볼 욕심을 내지는 않습니다. 이번 오타루 여행은 추석 명절 중 '쉼'을 양보해 떠나는 만큼 더욱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오빠 나는 4박 5일 중 4박을 오타루에서만 묵고 싶어. 저녁에는 오타루 운하 옆에서 맥주를 마시고 낮에는 산책하다 오르골 상점에 가서 오르골 소리나 듣고...
-그래 그러자. 근데 지금 알아보니까 오타루 지역에 방이 하나도 없어. 에어비앤비도 없고. 게스트하우스는 있는듯해.
-여기 보니까 '호텔 노드 오타루'라는 곳이 있어. 운하 끝에. 운하가 보이는 자리인거 같아.
호텔 노드 오타루는 운하 바로 앞에 있는 '오타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호텔입니다. 운하가 보이는 방이 당연히 전망이 좋겠지만 비싸겠죠? 특히 명절인만큼 비쌀 뿐더러 나흘 중 이틀은 방이 없었습니다. 위치는 이 곳이니 비수기에 여행하게 된다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오빠 나 사실은 이번 여행은 차를 렌탈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호텔이 좋은듯해. 'JR오타루'역에서 10분 거리라고 하더라고.
-응, 나도 원하는데 너무 비싸
-그럼 어디가 좋을까... 오빠 알아보다보니까 '키로로 호텔'이라는 곳이 있어.
키로로호텔은 오타루 운하에 있기에는 너무 커 보이는 호텔이었지만 외관이 좋고 방이 있어 남편에게 제안했습니다.
-응 나도 거기 봤는데 거긴 좀 멀지 않아?
-그래? 어떤 블로그를 보니까 2Km 정도라던데. (잘못된 정보입니다.)
그렇습니다. 한 블로거가 아마도 숫자를 잘못 적었지 싶습니다. 오타루 운하에서 2Km 정도 떨어진 호텔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20Km정도 떨어져있습니다. (블로그의 팩트전달이 이래서 중요합니다. 여러분!) 하지만 우리는 급했고 방이 없을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었죠. 원래 그러지 않는 남편이 저에게 현혹 당했습니다. 흔치 않은 일입니다. 현혹은 남편의 전문 영역이죠. 늘 신중한 나의 남편이지만 하필이면 이리 중요한 날 경솔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경솔함은 여행에서 재앙이 됩니다.(다음 편을 참고하세요^^)
-게스트하우스는 싫은거지?
-싫어
-아니, 대학 때 배낭을 짊어지고 6인실에서 합숙을 일삼았다던 그대의 여행에 대한 열정은 어디로 간겐가?
-젊음과 함께 떠났지. 그리고 오빠 꼬시려고 그냥 한 말이지... 늘 그러지 않았어

낙담한 그가 말했습니다.
-흠... 키로로는 다소 비싼데... 우리 명절 때 쓸 돈도 많고 다음 달에 이사도 가잖아. 그러다 재산이 바닥 날거야.
-음. 그러면 오빠. 우리가 예약한 비행기가 첫 날 밤 9시 도착이니까 첫 날만 삿포로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에 묵자. 그리고 다음 날 오전에 삿포로 잠깐 돌아보고 오타루로 가자.
-오.. 좋은 생각이다. 일단 그러면 키로로를 예약할게... .돈낸다...(30초 후) 냈어!!
우리는 일사천리라면 따를 자가 없는 부부죠. 부창부수랄까요.
이제 도착한 날 머물 숙소를 정할 차례입니다. 여행까지는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여유가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올해 5월에 칭다오 여행을 이틀 전에 예약해 떠난 적도 있거든요. 여행 미치광이입니다...갑작스런 특가를 발견하면 정신을 못 차리는 게 특징입니다)
-오빠, 삿포로에서는 이 호텔이 좋겠어.
-어디?
-그랜드테라스치토세 호텔이라는 곳이 있는데 우리가 내릴 치토세 공항과 매우 가까워. 밤 늦게 도착하니까 가까운 곳에 택시타고 빨리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 그럼 그 곳으로 예약할게(다시 30초 후) 냈어!!
그렇게 우리는 앉은 자리에서 30분 만에 호텔을 결정해 버렸습니다. 모두 함쳐서 70만원 가량 들었습니다. 키로로 호텔은 경치성애자인 남편 때문에 '마운틴뷰'로 예약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떠날 날'만 기다리고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