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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맥주는 맛이 없더라] 5

치토세 공항 택시는 예약을 해야

by 졔잘졔잘



삿포로 치토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역시 삿포로 하면 맥주죠. 우리는 여행에서 술 마시는 것을 중시합니다. 지난 5월에는 칭다오에 2박 3일 여행가 칭다오 맥주만 온종일 마시다 온 경험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10시가 훨씬 넘어 공항에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10월 초지만 비행기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날씨는 제법 쌀쌀했습니다. 한국은 당시 20도 후반까지 기온이 올라 여름옷을 입어야 할 시기였는데요,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오전에는 9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제법 두꺼운 옷을 챙겨 왔습니다. 내리자마자 들고 간 두꺼운 카디건을 걸쳤습니다.


-오빠, 오 춥다.

-그러게 춥네! 어서 옷 입어


그렇게 밖으로 나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오빠 근데 여기서 호텔까지는 어떻게 가야 하지?

사실은 비행기 안에서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이미 늙을 대로 늙어버린 몸 때문에 그러기 힘들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공항에 도착해 마음이 바뀌면 차를 렌털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남편이 말했습니다.

-앗...

-왜?

-하하하하하..... 국제면허증을 가져오지 않았어.

-무어?

-모르고 안 가져왔어.

-그래, 뭐 할 수 없지. 대중교통으로 다니자. 크지도 않은 동네인데.


평소 실수를 잘 안 하는 남편이 어쩐지 실수를 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뭔가 잘못되고 있어..ㅜ " 우울해하는 남편의 등을 다독였습니다.

-괜찮다니까. 자, 내려서 택시를 타자


그리고 다소 찬바람을 맞으며 택시 정류장에 갔습니다.

-응? 오빠, 택시정류장에 왜 택시가 별로 없지?

택시정류장.jpg 타쿠시 노리바: 타쿠시(택시) 노리바(타는 곳)

택시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택시는 없고 이렇게 덩그러니 안내판만 있었습니다. '여기는 택시 정류장이 아니니 택시를 타려면 아래 번호로 전화를 건 후 예약을 하고 기다리라'는 내용입니다. 저는 로밍을 해왔지만 진정 이거 말고는 방법이 없나 생각했습니다.

그때 한 아저씨가 다가와 일본어로 물어봤습니다.(네, 저는 일본어로 아주 초미세 스몰토크를 할 줄 압니다. 영어를 이 정도 했으면 좋았으련만...)

-너네 택시 탈거야?

-응응 우리 택시 탈 건데요 어떻게 타야 해요?

-응 내가 전화 걸어줄게. 두 명이야?

-네네 고마워요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아마도 공항 직원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의 도움으로 쉽게 택시를 예약했습니다. 아저씨는 3분 뒤면 올 거니 기다리라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저는 블로그를 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택시 타는 곳을 알아내야 했습니다. 잠시 안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공항 안에 있는 전화기로 어디론가 예약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택시가 올 시간이 촉박해 빨리 나왔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택시가 왔습니다.


택시.jpg

아저씨는 매우 친절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그랜드 테라스 치토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까지는 1,600엔 정도 들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그랜드테라스.jpg


위 사진은 다음 날 아침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 호텔은 하룻밤에 15만 원가량입니다. 겨우 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갔는데 또 다른 재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려고 하자 호텔 직원이 우리에게 놀라운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너네 흡연방 예약한 거 맞지?

-아, 뭐래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현실을 부정했습니다. 예약한 종이를 서둘러 꺼냈죠. 그러자 뚜렷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흡연 가능'

-아 바꿔줘요ㅠ 바꿔주면 안 될까요ㅠ 저 흡연방 싫어요, 플리즈 오마이갓.

-미안해, 원래 바꿔주는데 오늘은 정말 방 없어.

-오 마이 갓.. 그래 할 수 없지. 근데 나 서운해요


라고 말하고 가방을 들고 이동했습니다. 방 교체 말고도 서비스가 좋은 호텔은 아니었습니다. 공항 근처 비즈니스 호텔 정도랄까요. 그런걸 기대한 건 아니기 때문에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방에 가는 복도에서부터 담배 냄새가 났습니다. 청소를 하니 아주 강하지는 않겠지만 저는 비흡연 자기에 좀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없잖아요. 이 근방에는 이 호텔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또다시 남편은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뭔가 내 잘못이야 ㅠ

-아니야, 여보님 그렇지 않아 이건 우리 모두의 잘못이야. 급하게 여행 오느라 부주의했어. 추억으로 생각하자.


그리고 방에 들어갔습니다.

-오빠, 별로 필요 없는 추억인듯해..


그렇게 우리 여행의 첫날밤이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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