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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맥주는 맛이 없더라] 6.

그랜드테라스치토세 호텔은 '별로'

by 졔잘졔잘
어떤 경고: 삿포로 맥주는 맛이 없다는 제목을 가열하게 달았는데 이제 점점 독자 여러분께 삿포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여드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삿포로 맥주는 여행 첫날 마셨기에 삿포로 맥주를 마신 이후에도 무려 3일을 더 일본에서 지냈습니다. 심지어 저는 삿포로 맥주의 '맛'에 대한 얘기는 할 생각이 없기에 혹시라도 그런 것을 기대하신다면 죄송한데 다른 전문가를 찾아가 심이 좋을 거 같습니다. 저는 미식가가 아니거든요. 이미 이 블로그를 시작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자꾸 '삿포로 맥주가 맛있다'라고 연락을 해 오고 있습니다.

예전 '혼행(혼자 여행)'의 낭만에 빠져있을 때부터 제게 생긴 버릇 중 하나는 '아침에 침대에서 눈이 완전히 떠질 때 일어나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을 위해 무거운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릴 때마다 "눈이 상쾌하게 떠지는 기분"이 궁금합니다. 여행 때마다 저는 가능하면 그 기분을 많이 느끼려고 노력했습니다. 취업을 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가능하면 좋은 숙박업소를 찾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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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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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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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까지 여행 간 저는 여행 첫날 새벽까지 눈을 떴습니다. 서둘러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 (아예 풀지도 않은) 여행 가방을 챙겼습니다. 남편을 재촉했습니다.

-오빠 가자. 가야 해


이런 적은 별로 없습니다. 저는 어떤 토요일에는 간혹 '무한도전'에 잠을 깨기도 합니다. 눈꺼풀이 상쾌하게 떠지게 하는 목소리, 유느님의 목소리죠. 반면 남편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8시면 일어납니다. 그리고 혼자 라면을 끓여먹고 TV를 보고 산책을 가고 각종 나 홀로 대외활동을 합니다.


그런 제가 무려 여행을 가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담배냄새 때문이었죠.


생각보다 잠을 잘 잤습니다. 하지만 비흡연자가 흡연 가능 방에서 자고 일어나니 아침에 마치 여의도 역 앞 '담배 거리'에서 노숙을 한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여의도 역 앞 '담배 거리'는 제가 즉석에서 지어낸 명칭이지만 나중에 한 번 방문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대형빌딩 사이 여의도역 입구 앞에 수많은 증권맨들이 끽연을 하는 바람에 호흡이 불가능한 구역입니다.) 굳이 왜 이런 경험을 서른네 살이 되어한 걸까 후회했습니다.


가능하면 조식을 먹고 싶지 않았지만 '조식 주의자' 남편의 심기를 여행 첫날부터 건드리고 싶지 않기에 조식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옷에 여전히 담배 냄새가 나는 듯해 밥맛이 없었습니다.


참고로 조식은 나쁘지 않았지만 저만큼만 먹었습니다.


우리는 호텔에서 치토세 역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날씨는 화창했습니다. 그리고 짐은 무거웠지만 제가 이 사실을 간과했죠. 우리는 이미 1박 2일씩 양가를 다녀온 탓에 약 8일 정도 규모의 옷가지를 각각 담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늘 위아래 여행전용 복장만 들고 다니지만 저는 패션쇼 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짐이 많습니다.

굳이 주변에 누군가가 그랜드 호텔 투숙을 문의한다면 그리고 치토세 역까지 걸어가기를 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저는 자신있게 !!!


안내데스크를 권합니다. 그들에게 치토세 역까지 가는 길을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지도에 그림을 그려가며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20분 정도 걷다 보면 기차역이 나오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이 호텔에 묵지 마시고, 삿포로 여행을 할 생각이라면 꼭 삿포로 중심부에 있는 호텔에 묵길 바랍니다. 치토세역에서 삿포로역까지 기차로 가면 1,600엔 정도 입니다. 아마 택시를 타면 2만엔 가량은 소요될 듯해요 ㅠ


그렇게 한참 걸어 공항에 도달해 대중교통 이용하기에 도전했습니다. 역시 생활의 달인은 처음 보는 문자 앞에서도 무턱대고 당당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삿포로에 도착했습니다. 삿포로에서는 조금도 머물지 않고 오타루에서만 머물겠다는 결심이 허 무할 정도로 삿포로 역에 도착했는데 블로그가 고작 6회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JR 삿포로 역은 작고 아담했습니다. 공항에 내려 계단을 올라가면 오른쪽에 사물함 표시가 있습니다. 그곳에 사물함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정말 너무 무거운 여행가방이기에 20분도 들고 다니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 전광판에 현재 이용 가능한 사물함이 표시됩니다.

이곳에 가방을 묻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반나절 삿포로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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