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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 Apr 25. 2023

할머니, 잘 지내고 있지?

며칠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90세가 넘으신 할머니.

지병을 앓으신지도 꽤 되었고, 자다가 편안히 돌아가셨으니 호상이라고 모두들 얘기했다.


어른이 되어서 처음 치러 본 장례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며.

할머니를 추모하며 울기도,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웃기도,

와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아주 어려서 동생들이 생기기 전, 

외동이었던 나는 부모님이 맞벌이로 바로 옆골목에 살 던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주 맡겨졌다.

4,5살인 나는 온 동네를 뛰어다니는 장난꾸러기였고, 

그런 나를 잡으러 다니는 우리 할머니는 목소리도 크고 힘도 세던 그런 젊고 멋있는 할머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아주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

1930년대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할머니답지 않게,

며느리가 시부모를 모시는 건 당연한 게 아니라며!

서로 편하게 각자집에서 각자 잘 살자고 했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그런 독립적이고도 멋진 할머니가 점점 아프시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노쇄해지는 것을 보는 게 마음적으로 어려웠다.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더 자주 찾아가고, 봬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또 한 번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할머니.

거기는 어때?

잘 지내고 있지?

엄마는 그럭저럭 괜찮은 거 같아.

할머니가 계셨을 때 한 번 더 봤으면 좋았을 걸 이란 후회를 하며 며칠을 보냈어.

그리고 또 일상을 살아내다가 문득 할머니가 생각나면 아직은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나기도 해.

그래도 나는 조금은 다행이라 생각해.

여기서 아프기보단, 그곳으로 가서 조금은 더 편안하게 된 것만 같아서.

내가 엄마를 많이 아껴줄게.

할머니가 나랑 엄마를 많이 사랑해 준 것처럼.

거기서 지켜봐 줘요.

우리가 항상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어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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