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90세가 넘으신 할머니.
지병을 앓으신지도 꽤 되었고, 자다가 편안히 돌아가셨으니 호상이라고 모두들 얘기했다.
어른이 되어서 처음 치러 본 장례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며.
할머니를 추모하며 울기도,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웃기도,
와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아주 어려서 동생들이 생기기 전,
외동이었던 나는 부모님이 맞벌이로 바로 옆골목에 살 던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주 맡겨졌다.
4,5살인 나는 온 동네를 뛰어다니는 장난꾸러기였고,
그런 나를 잡으러 다니는 우리 할머니는 목소리도 크고 힘도 세던 그런 젊고 멋있는 할머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아주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
1930년대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할머니답지 않게,
며느리가 시부모를 모시는 건 당연한 게 아니라며!
서로 편하게 각자집에서 각자 잘 살자고 했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그런 독립적이고도 멋진 할머니가 점점 아프시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노쇄해지는 것을 보는 게 마음적으로 어려웠다.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더 자주 찾아가고, 봬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또 한 번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할머니.
거기는 어때?
잘 지내고 있지?
엄마는 그럭저럭 괜찮은 거 같아.
할머니가 계셨을 때 한 번 더 봤으면 좋았을 걸 이란 후회를 하며 며칠을 보냈어.
그리고 또 일상을 살아내다가 문득 할머니가 생각나면 아직은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나기도 해.
그래도 나는 조금은 다행이라 생각해.
여기서 아프기보단, 그곳으로 가서 조금은 더 편안하게 된 것만 같아서.
내가 엄마를 많이 아껴줄게.
할머니가 나랑 엄마를 많이 사랑해 준 것처럼.
거기서 지켜봐 줘요.
우리가 항상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