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모범택시 2' (2023)
[스포주의]
뭐 엄청난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은 제목이지만.
그냥 오랫동안 지켜봐온 한 배우에 대한 글을 진솔하게 써보려고 한다.
모범택시 2가 끝났다.
모범택시는 이 사회의 정당한 수단과 방법으로 악을 처단하는 그런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무지개 운수라는 택시회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그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변하여 악의 무리를 직접 처단하며 아주 사적인 복수를 대행한다.
그 중심에는 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있다.
그리고 그를 돕는 무지개 운수의 대표 장성철(김의성), 해커 안 고은(표예진), 정비공 최 주인(장혁진), 박주임(배유람)이 있다.
이렇게 결성된 이 팀은 더 이상 이 세상과 내 인생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도와줌으로써 악이 어떤 식으로 처단당하는지, 권선징악이 무엇인지를 자명히 보여준다.
이번 모범택시 시즌 2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투영시킨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사람들을 정신과 육체 그리고 심지어는 돈까지 착취하는 사이비 종교의 폐해.
블랙 썬이라는 클럽에서 벌어지는 마약과 성폭력 사건을 비롯한 무수한 범죄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작은 시작점 일이었을 뿐 그 뒤에 숨겨진 추악한 사회 고위층들에 대한 고발.
이러한 이야기들은 단순한 픽션이라기보단,
신문이나 뉴스에서 한 번쯤은 봐왔던... 그리고 무엇인가가 연상되는 사회적 문제들을 드라마의 에피소드로 잘 투영시켰다고 생각한다.
시즌 1에서도 그랬다.
학교폭력, 직장 내 갑질 문화 및 폭력, 사이버 성범죄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았던 다양한 악행들을 보여주며 통쾌하고 자극적인 복수를 통해 악은 무찌르고, 피해자를 돕는 방식!
이점이 다른 드라마와는 달랐다.
공적이고도 건전하며 정당한 수단으로 악을 처단하지 않은 점. 그래서 어쩌면 이 작품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악을 처단하는 과정에서 그 어떤 자비나 비폭력, 인도주의 같은 것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 말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고 그래서도 안되긴 하지만...
작품 속에서라도 한 번쯤은 상상했던 복수, 응징을 무차별적으로 실행해보고,
그래서 가해자가 어떻게 망하고, 얼마나 망가져 가는지를 그려냄으로써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드라마였다.
이 작품은 피해자 중심에서 서술이 되어 그 피해자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당했고, 얼마나 많은 고통과 아픔을 겪고 있는지를 보여주기보다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를 몸소 보여주는 방식!
그리고 가해자가 무지개 운수처럼 사적 복수업체를 만나게 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게 되고 망해가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방식!
그로 인해 ‘가해자가 철저히 망가지고 사회에서 버려지면서 더 이상 이 사회에서 이런 악행은 없어야 해!!’라는 것을 느끼게 한 것만으로도 모범택시가 지향하는 바는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모범택시 2는 우수한 시청률과 다양한 사회적 시사점을 주면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시즌 3 제작 확정이라는 기사 역시 볼 수 있었다.
아주 잘 된 결정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쯤에서 내가 조금 더 말하고 싶은 부분은 ‘이제훈’이라는 배우에 대해서다.
정말 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그중 대다수는 ‘장르물’이었다.
본인 역시 한 인터뷰에서 로맨틱 코미디에 목이 마르다고 표현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제훈 배우의 거의 모든 필모그래피를 본 팬으로서, 그리고 객관적으로 작품을 보려고 노력하는 관객 및 시청자로써 다양한 장르물속에서 이제훈 배우가 얼마나 잘 캐릭터와 작품을 잘 소화해 내는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
고지전, 시그널, 박열,사냥의시간 등 아주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그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두가지만 보려한다.
파수꾼에서 기태(이제훈)는 정말 실감 났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
세 명의 절친은 아주 즐겁고 평화롭고 재미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학교생활을 한다.
하지만 어리숙하고 미성숙한 소통으로 인해 세 친구 사이에는 오해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기태는 죽게 된다.
서로가 가장 좋아하고 믿었던 친구 사이에서 생겨버린 오해는 결국 서로의 자존심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변모되고.
자기가 상처받지 않으려면 사랑했던 친구마저 괴롭혀서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던 기태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끝없이 친구를 괴롭히는 인물로 변해야 하는 과정을 그려낸 이제훈 배우의 연기를 통해 많은 갈등과 쓸쓸함을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의 주제의식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어렸던 배우 이제훈의 연기에서 아주 노련하면서도 신선하고, 우아하면서도 거칠었던 이중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했던 캐릭터는 건축학개론에서의 승민이지 않을까 싶다.
사랑에 서툴렀던 스무 살.
그 시절만의 풋풋하고 순수했던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아주 잘 표현했던 것 같다.
너무 어리숙하고 순수해서 오히려 더 사랑스럽고 안타깝고 설레였던 캐릭터였다.
그리고 스무 살의 승민을 보면서, 내 스무 살에 기억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련히 남은 첫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처럼 그는 그만의 필모그래피를 잘 만들어 나가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작품이 없어서 아쉬워하는 그이지만.
뭐가 아쉬울까?
저렇게 다양하고 아름답고도 비범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낸 배우인데.
정말 다양한 작품들과 주제들 속에서 본인만의 연기, 캐릭터를 잘 구축해나가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믿고 보는 배우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모범택시 시리즈를 통해서도 얼마나 다양한 부케를 만들고 연기해냈는지 보는 내내 감탄스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정말 다양성을 보여주는 배우로는 따라올 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간 그의 바람처럼 아주 아름답고 재미있는 로맨스 장르로도 꼭 보고 싶은 배우이다.
그가 그리는 로맨스는 어떨지 막 기대가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