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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 Jun 05. 2023

해방...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추앙'하나면 다 되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2022)

염창희(이민기), 염미정(김지원), 염기정(이엘)은 경기도의 시골에서 사는 삼 남매이다.

남매이지만 서로에게 특별히 관심이 있는 사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 그런 어정쩡한 관계이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싸우기도, 서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툴툴대긴 해도 적당히 참견도 해주는 그저 그런 남매 사이.     


삼 남매는 매일같이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게 고역이다.

무슨 일을 하든 집으로 가는 막차시간을 늘 체크하며 살아가는 경기도민.

누구 하나 막차를 놓치는 상황이 생겨 택시를 타야 한다면,

그럴 때는 또 대동단결하여 다 같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삶을 무한반복한다.     


그리고 미칠 것 같은 출퇴근만큼, 각자의 몫만큼 괴로움과 고통 그리고 답답함을 안고 살아간다.

그중 막내 미정(김지원)은 이들 중에서도 가장 말 수가 적고 어디서든 튀지 않고 존재감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조용히 있다고 해서 강단까지 없는 이는 아니다.


항상 답답하기만 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직시할 줄 알고.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환경이 불편하지만 그것을 다스리려고 노력도 한다.     

자신에게 빌려간 돈을 갚지 않는 전 남자 친구 덕에 자신이 대신 파산지경에 이르게 되는 막다른 상황에 놓여도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이 계약직이라고 대놓고 차별을 하는 것까지는 참아도, 오히려 자신을 불륜상대로 오해받게 만들어버린 상사에 대해서는 절대 용서치 않으며 오히려 자신이 알고 있는 불륜사실까지 폭로할 줄 아는 사람이다.

게다가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했던 동료들은 자신만 빼놓고 해외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다 알면서도 결코 티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그들을 조용히 골탕 먹일 뿐.     


미정은.

이런 부당한 상황들을 연속해서 겪으며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아파도 그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 공장에서 일을 도와주는 이름도 모르는 알콜릭 구 씨에게 이런 자신을 추앙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런 단단한 사람이었다.     

내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무서울 것도 같다.

하지만 어쩌면 나에게 일어났을 수도 있는 저런 상황들 속에서 과연 나는 미정만큼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면 절대 아니었을것 같다.

그래서 대담하고 담대하게 상황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가진 미정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응원하게 되었다.


미정의 일화들만 예로 들긴 했지만.

창희와 기정 그리고 구 씨 모두 살면서 마음이 정말로 편하고 좋았던 적이 있었을까 싶었고,

정말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느껴본 적이 있었을까 싶었다.

이러한 채워지지 않는 마음들로부터의 해방. 그것이 '나의 해방일지'였을 것이며

그리고 이것은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질문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누구에서부터 누구로부터까지가,

해방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진정한 해방이 있을 수 있을까 싶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그리고 누군가가 나에게 진심 어린 '추앙' 그 한마디를 해줄 수 있다면 어쩌면 무언가로부터 완전한 해방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뜻있는 생각들을 한 번쯤 해보게 된 것만으로도 ‘나의 해방일지’를 본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 의미로 내가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대사들을 적으며 글을 마쳐본다.           


살면서 마음이 정말로 편하고 좋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항상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하루를 알차게 살아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도,
몸은 움직여주지 않고, 상황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지리한 나날들의 반복. 딱히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문제가 없다는 말도 못 한다.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
해방. 해갈. 희열.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있던가?

‘아, 좋다. 이게 인생이지.’라고 진심으로 말했던 적이 있던가?
긴 인생을 살면서 그런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살다가는 게 인생일 리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혹시 아무것도 계획하지 말고 그냥 흘러가 보면 어떨까?
혹시 아무나 사랑해 보면 어떨까?
관계에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기에 이렇게 무기력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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