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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 Apr 15. 2021

우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였다.

[영화] '그래비티'_Gravity (2013)

#우리는 미지의 그곳에 대한 갈증을 비로소 영화로 푸는 것 같다.


지금까지 정말 다양하고 많은 우주영화를 봐왔고, 보고 있다.

인터스텔라, 마션, 더 문, 게다가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최초 우주 SF라는 타이틀로 '승리호'라는 영화가 공개됐다.

이렇게 비싼 제작비용은 물론이고 쉽지 않은 고증을 감수하면서도 꾸준히 우주 영화가 나오는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는 그곳에 대해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자,

어느 정도 실제를 기반으로 상상력이 투영된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그곳에 대한 궁금증 혹은 알고 싶음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미지의 그곳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지구에서의 그 어떤 일 보다도 극적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우주에서의 기쁨과 발견과 행복은 훨씬 더 새롭고 신선하며 고귀하다.

우주에서의 고난과 역경은 훨씬 더 무섭고 어려우며, 슬프고, 고단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주에 혼자 고립된 인간이 얼마나 외롭고 무서울 수 있는지, 한편으론 그런 인간이 얼마만큼 강인할 수 있는지를 그린 '그래비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다음_그래비티_공식스틸컷


우주 익스플로러호의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와 우주에서 마지막 임무를 수행 중인 배테랑 우주비행사,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는 광활한 지구를 바라보며 고장 난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한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우주 소용돌이에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라이언 스톤과 코왈스키는 익스플로러호로부터 멀리 떠내려간다.

코왈스키와 가까스로 코왈스키에 의해 구조가 된 스톤 박사는 완전히 산산조각 난 익스플로러호에서는 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는 판단하에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가기로 한다.

그러나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스톤 박사는 정신이 희미해저가고, 그런 그녀를 끝까지 살리기 위해 코왈스키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자연스레 스톤 박사는 딸을 사고로 잃게 된 이야기를 하게 되고, 자신은 더는 삶에 희망이 없다며 자포자기의 마음도 내비친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우주정거장에 거의 다달았을 즈음.

둘의 산소통도 바닥이 나게 되고 또다시 우주정거장과 충돌까지 하게 되자, 둘 다 살아남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코왈스키는 자신의 줄을 끊어냄으로써 스톤 박사를 구해낸다.

그렇게 코왈스키의 희생으로 가까스로 우주정거장에 들어오게 된 스톤 박사는 더 이상 자신과 함께 할 사람도, 자신을 구해줄 사람도 없는 외로운 상황 속에서 오히려 더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_그래비티_공식스틸컷


#이 영화가 주는 아이러니가 좋았다.


눈앞에서 자신의 아이가 죽고, 자신의 동료가 죽고.... 그리고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막연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쩌면 그냥 모든 걸 손 놓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자신이 철저히 고립되고서야 삶에 대한 의미와 생존에 대한 간절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이 가진 능력,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찾고 실행한다.

이런 아이러니를 맞닥드리다보니,

새삼 인간이 발휘하는 의지, 노력, 힘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죽으면 사라질 것들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런 인간의 마음이, 과정들이 삶을 얼마나 단단하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지를 절실히 알게 되었다.


이 영화는 대다수의 장면을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했다.

시선강탈이었던 첫 장면인, 파란 지구를 마주 보며 칠흑같이 까맣고 소리 하나 없는 평화로운 우주에 작고 작은 인간이 둥둥 떠있는 모습부터,

익스플러로 호가 폭파되는 순간,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스톤 박사의 고군분투까지... 모두!!!

나는 이러한 촬영기법 또한 이 영화가 주는 아이러니를 더 개연성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장면 장면을 숨죽이고 긴장하며 보게 하고 마치 내가 그것을 직접 체험하는 것처럼 함으로써,

수많은 위험 속에서 인간이 가지는 간절함이 얼마나 힘이 있는지 그리고 고귀한지를 여실히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내지 말아야지."

"모든 것을 성과나 결과로만 판단하지 말고, 의미와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지."와 같은... 마음도 들게 했다.


그래서 나는 '그래비티'를 우주영화였지만 우주 영화가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려한다.

그냥 우리 이야기, 인간의 이야기였다고...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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