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2020)
(약 스포주의_)
이야기는 돈 가방과 함께 시작된다.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지고, 그 와중에 가정폭력까지... 이것저것에 시달리다 못해 남편을 죽이고 그의 사망보험금을 노리는 미란(신현빈).
미란은 그 과정에서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일하는 술집의 사장인 연희(전도연)에게 사망보험금에 대한 계획을 말하고 도움도 받는다.
돈나올 구멍을 찾으며 언제나 한 탕을 꿈꾸는 태영(정우성).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여자 친구인 연희(전도연)의 배신으로 사채 빛까지 지게 되며 매일을 근근이 버텨나가던 중 돈 나올 건수를 찾게 된다.
아무리 일을 해도 집안 사정은 나아질 줄 모르고, 언제나처럼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중만(배성우).
그러던 어느 날.
목욕탕에서 청소를 하던 중 탈의실 라커에서 돈이 잔뜩 든 돈가방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어둡고 지겨운 과거는 버리고, 새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선 그 어떤 누구도 배신할 수 있는 연희(전도연).
그것이 남자 친구던, 함께 일하는 동료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면 더한 짓도 할 수 있는 그녀였다.
이처럼 이 영화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여, 하나의 돈가방을 사수하기 위한 여정을 캐릭터 중심으로 전개했다.
또한, 그 인물이 처한 위치와 절박한 상황들 속에서 배신, 거짓, 음모가 난무한다.
그래서 다른 어떤 영화보다도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면면이 중요했고, 그것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았다.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극 초반의 2~30분가량 동안, 원톱 여배우로 칭해지는 전도연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룰 때마다 막이 달라지는 연극적 형식 때문인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한편 캐릭터에 집중이 된 탓에 모두가 개별 사건 같고,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캐릭터의 나열처럼도 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줄기는 '돈가방 사수'라는 대 전제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분명 그 속에서 인물 간의 촘촘한 연결도 있었고, 각 사건 간의 개연성도 분명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스토리는 뻔했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은 결코 뻔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큰돈 들어왔을 땐 아무도 믿음 안돼”
-연희 대사 中-
이 작품을 보거나, 이 작품의 예고편을 본 사람이라면 위 대사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저 대사가 '돈'에 대한 진리(?)처럼 보일 수 도 있겠단 생각이 들면서.. 정말 많은 의미가 내포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돈가방을 위해 또 돈을 위해 기꺼이 희생되고 희생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절실하고 절박하다면 그럴 수도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물론 픽션이기에 더 극적이며, 자극적이고, 어두울 수 있단 생각은 들었지만, 저게 궁극적으로 돈에 대한 지향점이라면 너무나도 허무하고 애써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돈'을 갖기 위해 세속적이고, 욕망적인 부분들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서는 어쩌면 인간의 가장 솔직한 단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작품에선 그것을 노린 것 같기도 했다.
'돈'때문에 누구 하나 안나쁜 사람 없게했고,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 어쩌면 돈 앞에서의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인물들에 잘 투영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상인지, 하이퍼 리얼리즘 일지 모르는 경계선에서 다른 것은 차치하고 '돈'에 대한 양면성을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돈'이라는 우리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해 주는 수단과,
그 '돈' 때문에 하고 살 것과(do), 절대로 하고 살지 말아야지(don't) 사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