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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 Jul 08. 2021

작고 힘없는 그곳에, 아름답고 크나큰 사람들이 있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2018)

(약 스포주의_)

#자신을 버린 조국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조선이 아닌, 조선의 여인인 그녀를 지키는 것뿐이었다.


때는 신미양요(1871년)가 벌어지던 해였다.

나라는 외세의 침략을 여러 차례 받아 혼란함의 연속이었지만, 여전히 양반은 호의호식하며 자신들의 노비를 좌지우지할 힘을 지녔다.

높은 관직의 관료인 이세훈(최진호)이 자신의 집 여노비에 관심을 갖자, 김판서(김응수)는 자신의 입신양명과 가문의 부를 위해 그 노비를 재물로 바치려 한다.

허나 그녀에겐 지아비도, 아들 유진(이병헌)도 있다.

지아비는 김판서에게 맞아 죽고, 지킬 것이라곤 이젠 아들 유진밖에 없는 유진이의 엄마는 김판서의 며느리 목에 칼을 대면서 유진을 살려주지 않으면 며느리와 복중의 아이를 죽인다며 협박한다.

유진의 엄마는 며느리가 차고 있던 노리개를 유진에게 던져주고, 그것을 가지고 도망가라며 울부짖는다.

눈앞에서 아비가 맞아 죽고 어미는 결국 우물로 투신하는 모습을 지켜본 9살 유진은, 죽기 살기로 도망을 친다.


그렇게 도망을 치다 우연히 황은산(김갑수)의 집에 숨게 되고 그의 집에서 눈이 파란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유진은 결심한다.

자신이 살길은 눈 파란 외국인을 쫓아 미국으로 가는 것 밖에는 없다고...

유진은 황은산에게 자신의 전 재산인 노리개를 주며 미국으로 갈 수 있게 도와달라며 도움을 청한다.

은산의 눈에 어리고 어린 유진은 매우 안쓰러웠고 겉으로는 유진에게 퉁명스러웠지만 그가 미국에 갈 수 있게 돕는다.

그렇게 미국 군함에 몰래 승선해 미국에 도착한 유진은 그곳에서도 녹녹지 않은 시련을 겪게 된다.


미국에서의 유진은 조선에서처럼 가장 밑바닥 생활을 한다.

유진은 희망을 품고 온 나라이지만, 그곳에서 유진은 눈이 검고 머리가 긴 작은 아이의 이방인이었을 뿐.

거리의 미국인으로부터 괴롭힘과 구타를 받으며 근근이 살아가던 중.

그곳에서 자신이 살길은 머리를 잘라내고 조선인인 아닌 진짜 미국인이 되는 것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훌쩍 자라 미국 군인이 되었고,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에 파병이 되아 유진 초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에 돌아오게 된다.


다시 온 이곳은 매우 혼란했고, 어려웠으며, 불안했고, 슬픈 운명을 지닌 아주 작은 나라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키만 한 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양반집 여식인 고애신(김태리)이 있었다.

그녀가 미국 공사를 총으로 쏜 것을 알면서도 그 일을 묻어주려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야기한다.

"처음엔 호기심이었고, 그 후엔 방관이었고, 지금은 수습이라고"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인연이었다.


자신을 버린 조국이었고,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고애신이라는 사람을 보며 자신의 아픔을 마주할 수 있었고,

그녀의 결기에 유진은 스스로에 대한 진심을 찾아가는 순간순간이었다.

그래서 그 여자를 지키는 것이 조선을 지키는 것이며 그것이 유진에게 전부였던 나날이었던 것이었다.


tvn_미스터 션샤인_공식_스틸컷


#우리 모두는 의병이었다.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좋은 제작진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작품이기도 했고,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대거 나오기도 했고,

그러면서 스토리도 촘촘하니 좋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어디서도 깊숙이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전면 배치했다는 점이었다.

그로 인해 비로소 의식하고 자각하게 된 순간, 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의병'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그랬다.

그런데 더 좋았던 것은 독립 이야기라고 해서 아주 진지하거나 무겁게만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의병의 이야기도 엄청난 것으로 미화시켜 이야기했다기 보단,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려 내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노상에서 장사를 하는 이도, 지게를 지는 사람도,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도, 술을 파는 주모도,

그냥 우리 옆의 평범한 이들이 하나, 둘 모여 의병이 되었고 나라를 지켰으며 사람을 지켰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의병이었고 의병일 수 있단 점을 깊이 보여주면서 그 시절의 숭고한 정신과 마음에 또 한 번 감사를 느끼게 되었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나 혼자라고 생각하면 참 작은 것인데 그것이 모이면 엄청난 사건을, 역사를 만드는 것 같다.

'의병'이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에는 혼자라고 생각했겠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 그들은 참 의로웠고 대단한 일을 한 사람들이었음은 틀림이 없다.

참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하는 역사이지만 많이 다뤄주지 않아 몰랐던 것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돌아 돌아 만난 작품이긴 하지만 이 작품을 다 본 후, 나의 감상평을 딱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아주 먹먹하고도 아름다운 드라마였다.



tvn_미스터 션샤인_공식_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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