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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 Jan 18. 2021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방식은 참신함을 넘어 공포였다.

[영화]  '서치'_ Searching  (2017)


내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2시간을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영화관에서만 보는 습관을 들여서인지,

왠지 집에서 영화를 보면 영화를 본 것 같지 않고, 또 영화에만 온전히 집중하기가 좀 어려웠다.

그래서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자!" 주의였다.

그런데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어려워진 요즘.

언젠가부턴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온갖 주의산만을 겪으면서도 "영화가 좋아서" 영화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또다시 영화를 보게 된다.


그런데 '서치'는 좀 달랐다.

영화 재생을 누른 그 자리에서 2시간을 꼬박 영화에만 집중했다.

실종된 딸 마고(미셸 라)를 찾는 아빠 데이빗 킴(존 조)의 모습을 그리는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도 특성이겠지만, 특히 두 가지 포인트에서 완전히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첫째는 화면 기법, 카메라 기법이었다.

영화의 전반적인 서사는 휴대폰의 영상통화나 노트북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서만 진행된다.

마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휴대폰을 통해 누군가와 영상통화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실과 너무 동일시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영화에 점점 더 몰입하게 한다.


다음_서치_공식스틸컷


두 번째는 영화를 통해 정보통신 발전의 극단적 양면을 지켜보게 되면서, 상호 충돌되는 마음이 생긴다.

아빠가 딸의 노트북에서 딸의 실종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모습 속에서,

우리의 일상이 된 SNS, 유튜브, 검색기록, 메시지 기록, 금융기록 등의 정보통신의 발달이 매우 유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현실에서 경찰이나 수사국이 하지 못했던 것들을, 아빠는 딸의 노트북 기록들을 파헤치며 딸의 행적을 찾고, 딸의 흔적들을 검색하며 단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간다.

내 눈으로 나의 일상일 수도 있는 모습들을 영화를 통해 보면서, 정보통신의 발전은 정말 편리하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매우 마음이 불편했다.

또한, 저렇게 많은 정보들이 있는 핸드폰, 노트북, 그리고 정보통신의 발전을 어디까지 수용하고 마냥 좋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들게 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선택된 것들은 이제 너무 평범한 것들이 되어, 혹시나 그것이 주는 해악 혹은 알지 않아도 될 것들까지 알게 되면서 겪는 부작용들을 간과하며 살고 있진 않은지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편리한 것들, 유용한 것들을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가끔은 그런 것들을 한 번쯤은 의식하고 생각해 봄으로써 그 안에서 얻게 되는 무엇들이 있는 것 같다.

"발전된 기술을 따라가지 말자, 혹은 발전시키지 말자"가 아니라 한 번쯤은 그것들에 대한 양면성을 생각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미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자꾸 의식해야 나쁜 것들은 개선되고, 더 적절한 무엇들이 유지, 개발될 수 있다 생각된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좋았다.

아빠가 딸을 찾는 스토리의 흥미진진함은 물론이고, 

내가 평소에 그냥 흘려보냈던 무엇들에 대해 새로운 생각, 혹은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나은 삶에 대해, 자세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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