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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 Oct 20. 2021

넘치도록 행복하고도 슬펐던 7월 15일.

[영화] '원 데이' (2011)

(스포주의_)


오늘 소개하고 싶은 영화는 그동안 봤던 멜로 영화 중 여운이 길었던 영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원데이'라는 영화로 두 남녀의 20여 년 동안의 7월 15일을 그린다.



#7월 15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날이었다.


1988년 7월 15일. 

엠마 몰리(앤 해서웨이)와 덱스터 메이휴(짐 스터게스)는 대학 졸업식에서 만나게 된다.

그날, 그들은 썸 아닌 썸을 타지만 어리숙하고 서툴렀던 둘은 친구로 남길 택한다.


1989년 7월 15일.

일을 위해 엠마는 런던으로 떠나오고 그들은 그렇게 헤어졌다.

생계를 위해 엠마는 멕시코 음식점에서 일을 하며 고단하게 지내지만 작가가 꿈이었던 엠마는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문득문득 힘든 순간에 덱스터와의 전화통화로 위로와 위안을 받는다.


1992년 7월 15일.

둘은 한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다.

친구로서 선을 넘지 않을 규칙까지 만들며 여행을 떠나오지만 엠마의 마음은 막을 수가 없었다.

은근슬쩍 덱스터에게 너를 좋아했다며 고백하고 대답을 들으려 하지만 이번에도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그들은 그냥 친구로 남는다.


1993년 7월 15일.

덱스터는 특별한 꿈이 없었다.

그냥 세상을 즐기며 살고 싶었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술과 여자에 취해 살아간다.

그렇게 막 살아가는 와중에 덱스터의 어머니는 병을 얻게 되고, 본인의 추한 모습과 어머니의 병으로 스스로를 돌볼 수 없던 덱스터는 엠마에게 전화를 해 자신에게 와달라고 전화한다.

하지만 이미 엠마에겐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겼고 맞지 않은 타이밍 속에 그렇게 또다시 친구로 남는다. 


1996년 7월 15일.

쇼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된 덱스터.

하지만 여전히 삶의 방향을 세우지 못했고 자극적인 쇼를 진행하는 비호감 방송인 1위 진행자로서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는 그를 걱정하는 엠마였다.

그리고 덱스터는 엠마를 자신의 파티에 초대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덱스터는 엠마를 혼자 덩그러니 두기도 하고, 약과 술에 취해 다른 여자에게 추근덕 거리기까지 한다.

그런 모습 들을 보며 그에게 인간적인 실망을 하게 된 엠마는 포기의 마음으로 그에게서 떠나온다.


2000년 7월 15일.

덱스터는 새로운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고, 엠마는 기꺼이 축하해준다.

하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풀 지 못한 숙제 같은 감정이 남아있다.


2001년 7월 15일.

시간이 흘러 덱스터에겐 아이가 태어났고 그는 가장으로써 책임을 다 하며 지낸다.

또한 엠마는 오랜 노력 끝에 작가로서 데뷔를 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의 삶은 평화롭게 흘러가는 듯싶었지만 덱스터의 아내의 외도로 덱스터는 이혼을 한다.


2002년 7월 15일.

오랜만에 엠마를 보러 덱스터는 떠난다.

하지만 작가로 성공한 엠마의 곁에는 근사한 남자 친구가 있고, 그것을 알게 된 덱스터는 씁쓸해한다.

하지만 엠마의 마음속에 여전히 어떤 것으로 남아있는 그를 더 이상 포기할 수 없었고 엠마는 용기를 내어 덱스터를 향해 달려간다.



그들에게 그렇게 7월 15일은 친구였지만 친구 아닌 시간들이었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서로에게 실망하는 순간들도 있긴 했지만 결국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인생의 조력자로서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10여 년이 넘는 시간을 돌고 돌아 마침내 연인이 된다.

그렇게 2002년 7월 15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멋지고 사랑스러운 날이었다.


영화_원데이_공식스틸컷



#7월 15일은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이 되어버렸다. 


2004년 7월 15일.

둘은 결혼식을 앞뒀고 오랜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절대로 헤어지지 않을 확신이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냈다.


2006년 7월 15일.

둘은 결혼을 하여 행복했지만 아이를 갖고 싶은 엠마에게 아이는 찾아와 주질 않는다.

계속해서 임신이 되지 않자 엠마는 우울했고 덱스터에게도 쉽게 짜증을 부리게 된다.

그런 그녀가 안쓰러웠던 덱스터는 오랜만에 둘만의 데이트를 제안하고 미안한 마음에 엠마 역시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비 오는 그날. 

데이트 장소에서 엠마를 기다리며 덱스터는 엠마의 음성 메시지를 듣는다.

사랑하고 행복하고 미안하단 그녀의 메시지에 덱스터는 행복하게 그녀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와의 마지막이었다.

데이트 장소로 가던 그녀는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된다.

그렇게 2006년 7월 15일은 그들에게 너무나 아픈 날이 되어 버렸다.


영화_원데이_공식스틸컷


이 영화는 보통의 멜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인연'이라는 주제의 클리셰를 정확히 따른다.

두 사람의 인연이 계속 엇나가긴 해도 결국은 잘 될 수밖에 없는 그 공식. 

하지만 이야기를 보는 내내 마냥 해피엔딩이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뭔지 모를 비극의 순간을 맞이 할 것 같은 예감이 문득문득 들었던 영화였다. 


그렇게 뻔히 예상되는 상황들과 결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소개한 이유는.

결말을 보고 그 어떤 멜로 영화보다도 크게 놀랐고 답답했고 아쉬웠으며 먹먹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들의 20여 년의 세월 속에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도 분명했다.

 

20여 년을 돌고 돌아 만난 인연이었다.

그렇게 아쉬움과 답답함의 연속이었던 그 둘에게 행복의 시간이 찾아온 건 고작 몇 년이었다.

엠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남은 덱스터는 느낀다.

더 일찍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고 용기를 냈으면 좋았겠다고.

그리고 더 일찍 그녀를 많이 사랑해주고 아껴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이영화의 클리셰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사랑하는 이를 많이 사랑해 주자고.

사랑하는 이에게 용기를 내어 다가가자고.

사랑하는 이가 떠났어도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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