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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 Aug 27. 2021

그렇게 앤드리아는 어른이 되어간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

[스포주의_]


어떤 작품을 보고서 나에게 특별한 의미나 깨달음을 줌으로써 오래도록 찾게 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관성적으로 여러 번 찾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오랫동안 안 보다가도 그냥 갑자기 다시 보고 싶어 보게 되는 그런 작품.

그래서 꽤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번 보게 되는 작품들이 있는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경우가 1년에 한, 두 번은 꼭 찾게 되는 작품인 것 같다.


오랜만에 이 작품을 다시 보면서, 내가 이 작품을 왜 자꾸 찾게 되는지 생각해 보았다.



# 꿈을 위해 당장의 지체하는 삶보다는, 현실에 타협하며 취업을 택한다.


앤드리아 삭스(앤 해서웨이)는 저널리스트가 꿈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티기보다는 뭐라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가 이 시대 최고의 패션 매거진인 '런웨이'에 기적적으로 입사하게 된다.

패션에는 관심도 없는 데다가 아예 모르는 분야인데, 

패션업계의 가장 중심에 있는 잡지사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자 그녀는 딱 1년만 그곳에서 버티다 이직을 하겠다 마음먹는다.


꿈을 접는 일, 어떤 것을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너무나 잘 안다.

현실에 타협하는 것이라는 표현보다는, 

포기하는 용기, 포기할 줄 아는 결단력이라는 말로써 그녀가 한 선택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자칫 '포기'라는 건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몇 년을 준비하고 생각하던 것을 포기한다는 건 그건 정말이지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렇게 그녀는 '포기'라는 선택을 통해 사회에 한 발작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_ 공식_스틸컷


# 처음에는 관심 없던 곳이었지만,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점차 자신을 알게 되고, 성장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딱 1년만 그곳에서 버티기로 결심하지만 그곳은 그렇게 녹녹한 곳이 아니었다.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는 완벽주의 중에 완벽주의자로 그런 그녀의 비서로 일한다는 것은 매 순간순간이 지옥이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해리포터 책을 구해오라는 것은 기본.

폭풍우로 전 비행기가 결항된 상황에서도 자신을 비행기로 당장 태우러 오라는 등 의 말도 안되는 업무지시를 견뎌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일로써도 완벽한 그녀의 24시간을 맞추는 것은 도통 쉽지가 않다. 

야근은 물론인 데다 퇴근을 했다가도 일이 생기면 바로 회사로 가야 하는 통에 그녀는 그녀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함은 물론이고 남자 친구와 친구들과도 사이가 멀어져만 간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며, 실수투성이고 뭐든지 서툰 모습에 묘한 공감 내지는 약간의 분노 기타 등등의 감정을 이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사회 초년생의 감정들은 비단 패션회사의 이야기로만 한정 지을 수 없고, 또 모든 회사가 다 이렇게 지옥의 순간들을 경험하게 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회사생활,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에게서 한번쯤은 볼 수 있는 모습들의 나열이다.

그렇지만 점차 그러한 하드 트레이닝을 통해 자신의 장단점, 강약점을 파악하게 되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자신의 사수, 상사에게 인정을 받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게 힘들고 어렵기만 한 사회 초년생의 모습에서부터 사회를 배우고, 점점 사회에 발맞춰 나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우리는 기분 나쁨과 기분 좋아짐의 묘한 경계선에서 그녀를 관망하게 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_ 공식_스틸컷


회사 생활을 하며 알게 된 스스로에 대한 성찰로 결국은 자기 자신을 찾아간다.


미란다에게 인정받은 앤드리아는 그렇게 첫 번째 어시스턴트, 에밀리(에밀리 블런트)를 밀어내고 세계 최대의 패션도시인 파리 패션위크로 제1비서가 되어 출장을 떠난다.

자신은 첫 번째 어시스턴트가 될 생각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지만 미란다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떠나온 출장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미란다는 자신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동료 나이젤(스탠리 투치)을 가차 없이 버리고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본 앤드리아는 그녀에게 크게 실망한다.

그렇게 실망한 채로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을 하는데 미란다는 앤드리아에게 "너는 나와 참 닮았다."라고 말한다.


앤드리아는 순간 멍해진다.

자신의 의지로 이곳에 온 게 아니며, 이것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고, 미란다 당신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하지만 미란다는 에밀리를 밀어내고 이곳까지 온 것은 다 앤드리아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한다.


앤드리아는 깨닫는다.

이런 삶은 자신이 바라던 인생이 아닌 것을.

그렇게 비정한 곳에서 살지 않을 것임을.

자신이 이곳에 있음으로써 얼마나 상처 받은 사람들이 많았는지를.

그렇게 앤드리아는 그 화려한 곳으로부터 떠나온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로 보고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는다.


이처럼 앤드리아는 점점 어른이 되어갔다.

처음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한 선택을 했고,

그 과정에서 사회, 조직, 상사에게 인정받고 잘 적응해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잘못, 조금은 비툴 어진 선택, 이것 저것의 실수들을 깨닫게 되면서 결국은 자신의 인생계획을 다시 설정하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으려고 한다.

나는 이러한 이 작품의 모든 과정 과정들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겪었을, 그리고 경험했을 순간들이라 생각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_ 공식_스틸컷


# 이 작품도 분명 처음 보았을 땐 나에게 특별한 의미였을 것이다.


어린날 보았던 이 작품은

'나도 저렇게 화려하고 멋진 직업을 가지며 성공한 삶을 사는 사람이, 사회 구성원이 되어야지!' 라며 나를 다독이는 매개체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냥 평범한 삶 속에서 가끔 찾게 되는 영화가 될 만큼 시간이 지났고,

수십 번을 보면서 나에게 주는 울림도 달라졌다.

나는 점점 성장했고, 어른이 되어갔으며, 나의 위치와 상황 생각들이 계속 계속 바뀌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바가 달라졌고, 집중해서 보는 포인트가 바뀌었으며, 특별한 의미가 되는 장면들도 매번 달랐다.


그런데 그것 역시 좋았다.

볼 때마다 좋고 즐겁고, 재미있었다.


이러한 나 스스로의 변화 속에서 내가 이 영화의 의미를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게,

오랜 시간 계속 계속 찾게 되는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에게 이런 영화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시 보고, 보고 또 봐도 좋은 작품들이 많아져서 

보다 더 큰 마음, 더 큰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면 기꺼이 수십 번 수백 번 볼 준비가 되어 있다.



ps. 

비슷하고도 다른 의미의 [영화] '인턴'도 이 연장선에서 함께 보면 좋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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