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헌트' (2022)
헌트를 아주 활발히 그리고 전방위적으로 홍보하는 그들(청담 부부) 덕에,
지난 몇 주간 예능이며 유튜브며 온갖 홍보영상들을 볼 수 있었다.
나 같은 팬들은 그야말로 눈 호강이었다!!!!
특히 정형화된 예능이 아닌, 컨셉이 확실한 유튜브 같은 곳에서 그들을 볼 때면 "이런 모습도 있었어.?"라며... 새로운 모습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또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홍보에 온 영혼을 다 쏟지 않아도 극장에서 꼭 볼 건데.!!!"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던 지난 몇 주였다.
나는 정우성, 이정재 배우를 청소년기, 내지는 20대 때의 열렬한 팬이자 우상으로 삼기에는 조금은 나이대가 어리기에 정우성, 이정재 배우를 보며 꿈을 키웠다거나, 그들의 20대가 얼마나 화려했는지를 체감해서 아는 팬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이, 성별을 다 떠나.
사실 정우성, 이정재 배우가 걸어온 지난 30여 년이 한국 영화 그 자체이자, 변화, 발전이기에 그들에게 한 번도 스며들어 본 적이 없다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튼!
나도, 너도 우리 모두는
한 번쯤은 그들의 팬이자, 팬이었기에 헌트에서의 그들의 조우는 조금씩 다른 의미로 특별했을 것 같다.
내 기준에서 헌트는 매우 간단명료한 영화다.
안기부 조직 내에 있는 스파이 '동림'을 색출하기 위해,
국내파 차장인 김정도(정우성)와 해외파 차장인 박평호(이정재)가 명확하게 대립하며 극이 진행된다.
스파이를 찾아내지 못하면 찾아내지 못한 자가 스파이로 지목이 될 위기의 상황이 반복되고,
그래서 미친 듯 서로의 뒤를 캔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각자의 사연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었고, 그 끝에는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도 놓여있다.
이렇듯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지만 극의 진행이 결코 단순한 영화는 아니었다.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한 과정 과정에서 둘 사이의 서사는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기에 드라마적 재미가 충분했다.
또한 이 영화의 근본인 '액션'은 말할 것도 없다.
단순 주먹질에서부터 총기를 사용한 액션, 카 체이싱까지 미친 듯 화려하고 다양한 액션 덕에 속도감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렇듯 영화적 메시지와 영화를 풀어내는 방식 둘 다에서 밸런스가 좋았기에 나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했다.
그리고 나아가 관객들이 '헌트'를 보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군가는 저 둘이 그린 청춘을 마음에 품었던 10대 시절의 팬심으로 였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스크린을 통해 2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이정재, 정우성의 재회의 순간을 기다렸을 것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정말 영화 '헌트' 그 자체가 궁금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다양한 이유들로 다시 만난 둘을 보며.
그리고 지난 30여 년의 세월 동안 한국영화와 함께 멋지게 나이 든 이 두 사람의 현재를 보며,
오히려 나는 그들의 시작인 과거가 더없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2022년의 헌트를 보며,
1999년의 태양은 없다를 찾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이 지난 몇십 년 동안 '태양은 없다'를 마음에 품었듯,
이제는 '헌트'가
누군가에겐 다시금 꺼내 볼 추억이 될 것 같고,
또 어떤 이들에겐 새로이 간직될 기억이며,
또 누군가에겐 향후 30여 년간 한국영화를 계속 책임질 정우성, 이정재 배우의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영화일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태양은 없다'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