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Apr 02. 2024

설렘 구입. 일상에 흩뿌린 단서들.

일상공유(5)

안 하던 짓을 해보고 있다. 얼마 전, 우연히 갔던 꽃집에서 복권을 팔고 있길래.. 구입을 한 번 해보았는데. 이게 발표가 있는 토요일까지. 아주 초초 작은 기대지만 '믿는' 구석. 설렘처럼 다가오는 거라.. 이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복권판매집이 보이면 복권을 사보고 있다.


토요일 발표 시점엔 푹 자고. 다음날 새벽 주섬주섬 확인해 보는 정도인데. 뭐랄까. 그날 밤 잠들면서도. 다음날까지. 실오라기 같은 희망의 끈을 이어놓는 기분이 든다.


물론 한 번도 된 적은 없다. 근접하게도 간 적도 없다. 처음엔 가족 생일 등등을 넣어 동으로 번호를 넣다가. 자동을 섞다가. 지난주부터는 그냥 자동으로 구입. 소액이라도 안 되려나 했는데. 아.. 이건 맞추는 재미 같은 건 거의 없구나. 애초에 맞추기 어렵게 돼있는 거구나. 싶었다. 그러니 복권 당첨이겠지 싶은.


그런데 그렇지 않나. 뭔가 나는 특별한 사람인 거 같고. 그게 복권이든. 다른 영역이든. 나만은 뭔가 행운의 끌어당김 같은 게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같은. 오늘을 견디는 힘은 가끔 그런 밑도 끝도 없는 믿음의 싹을 무럭무럭 키우는 게 아닌가 싶은.  

 

날이 부쩍 따뜻해져서. 서울에도 첫 벚꽃이 맺혔다. 바람은 부드럽고 햇볕은 따스하다. 코로나에 따른 자가격리, 그야말로 동면을 마무리하고. 오늘은 모처럼 요가도 가고 헬스장도 들렀다. 몸을 움직이면 마음도 같이 움직이는 거라. 복잡한 생각도 물리고. 몸도 마음도 활기가 돋는다. 만물이 새로 움트는 이 봄날, 맑은 기분에, 밑도 끝도 없는 희망.이란게 쑥쑥 올라온다.


나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는데. 홀로 있는 시간이든,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든.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은 없는 거 같은데. 이렇게 바르게, 충실하게 살다 보면. 내게도 불쑥 좋은 일이, 좋은 기회가, 좋은 인연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은. 실은 복권이란 건 내가 매일 일상에서 흩뿌려놓는 삶의 단서. 복선 같은 게 아닌가 싶다.


몸도 마음도 나른해져서. 창문 활짝 열고. 푸릇푸릇한 화분들을 들여다보며. 희망에 찬 나를 격려해 본다. 긁지 않은 복권들을 긁게 되는 날을 기다려 본다.

작가의 이전글 오롯이 혼자가 주는 평온-one step aw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